경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도 많고 드라마도 많지만 의외로 경주 출신 배우는 흔치 않다. 그 이유는 엄기백 감독의 회고처럼 과거에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배우는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할 기회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일 것이다. 간혹 출연하더라도 사투리를 완전히 고치고 철저히 표준어와 표준억양을 익혀야 했다.
-안대용 씨, 경주 연예계의 맏형, 사극전문 명작·대작 다수 출연 이 와중에 전설적인 배우 겸 탤런트가 경주출신 연예인 중 맏형격인 안대용 씨(71)다. 안대용 씨는 서라벌예술대학(현재 중앙대 연극과)을 졸업하고 연극배우로 활동하다 KBS 탤런트로 데뷔했다. 이후 출연한 드라마 중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한 것만도 부지기수다. 한명회(1994), 용의 눈물(1996), 태조 왕건(2000), 불멸의 이순신(2004), 대조영(2006), 징비록(2015) 장영실(2016) 등이 대표적이다. 역할도 강홍립, 정창손, 이산해, 정철, 장손무기, 맹사성 등 비중 있고 걸출한 위인 역이었다. 워낙 사극 출연이 많다보니 사극 전문배우라 불리기도 하지만 사극 이외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히트작 욕망의 바다(1997), 인기 학원물 시리즈인 학교3(2000), 꽃보다 아름다워(2004), 파트너(2009), 엄마도 예쁘다(2010), 여자가 두 번 화장할 때(2011) 등에서 활약하기도 했고 최근작인 ‘빛나라 은수(2016)’, 안단테(2017), 차달래 부인의 사랑(2018)에도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안대용 씨는 1980년 대 K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TV문학관, 전설의 고향, 인간극장 등의 단골출연자이기도 했다. 1992년에는 드라마 ‘형’에 출연해 우수 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안대용 씨는 워낙 정확한 표준어와 표준 억양을 사용해 경주 사람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 정도인데 경주중 23회 경주고 14회 졸업생이다. 특히 용산국립박물관 극장용에서 상연된 경주 뮤지컬 ‘무녀도 동리(2013)’에도 출연할 만큼 당당한 경주사람이고 역시 경주출신인 엄기백 PD와 자주 손발을 맞추기도 했다. 아들 안홍진 씨가 대를 이어 연기활동 중이며 왕의 여자, 불멸의 이순신 등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이도경 씨, 연극의 전설 ‘용띠 위의 개띠’ 10년 32만 관객, 경주말 당당히 사용, 2020년에는 ‘시크릿’ 준비 중 연극 ‘용띠 위의 개띠(1997년~)’ 하나만으로 대한민국 연극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운 불후의 명배우가 이도경 씨(66)다. 대학로 이랑 씨어터에서 2000년 5월 26일부터 상연된 이 연극은 2009년 9월 30일까지 햇수로 10년 동안 무려 32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한국 연극의 전설이자 대명사다. 2013년 서울시 정도 600년 기념 타임캡슐에도 이 공연이 포함됐을 정도다.
안대용 씨가 완벽한 표준어를 구사하는 반면 이도경 씨는 걸쭉하고 투박한 경주말을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 데서 대조적이다. 그가 장기간 연극에 천착한 이유도 어쩌면 자신의 개성인 경주말을 주장한 또 다른 신념에서 비롯한 일일지 모른다. 그의 경주말은 영화 데뷔작 ‘와일드카드(2003)’ 이후 꾸준히 계속돼 왔다.
그가 출연한 화제작도 다수다. 사생결단(2006), 마이 캡틴 김대출(2006), 신기전(2008), 남쪽으로 튀어(2012), 역린(2014), 신의 한 수(2014), 협녀, 칼의 기억(2015), 국가대표 2, 물괴(2018)등에서 그의 개성 있는 연기를 만날 수 있었다. 텔레비전 드라마에도 다수 출연했다. 2010년 KBS 드라마스페셜 돌멩이를 시작으로 MBC미니시리즈 구가의 서(2014), 태조이성계 역을 맡은 JTBC 주말드라마 하녀들, OCN주말드라마 보이스(2017), 최근 tvn의 화제작 아스날 연대기(2018)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송사를 종횡하며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경주고를 졸업하고 서울예술대학을 나온 이도경 씨는 현재 내년 2~3월에 방영될 KBS드라마 ‘시크릿(가제)’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출세와 부를 지향하는 주인공들이 ‘숲’에서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는 내용을 다룰 예정인 이 드라마에서 이도경 씨는 특유의 선악이 교차하는 역할을 맡아 열연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상구 씨, 까치, 시라소니 이어 짝귀까지 캐릭터 몰입도 최강, 유튜브 해외 인기로 한류스타 편승 ‘시라소니’로 자신을 이미지화 한 조상구 씨(본명 최재현/66)는 할리우드로 진출하기 위해 연극영화과가 아닌 영문학과를 선택할 만큼 배짱 두둑한 연기자다. 70~80년대 흥행하던 할리우드 서부극 주인공 ‘존웨인’에 매료돼 반드시 할리우드로 가 영화인이 되겠다는 꿈을 꾼 조상구 씨는 비록 할리우드로 가는 것은 보류되고 있지만 할리우드 영화를 가장 많이 번역한 엄청난 내공의 영화번역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영화 번역을 그만 두고 오로지 연기자로만 승부를 보기 시작한 2000년대 이전 피아니스트, 레옹, 제5원소, 타이타닉, 밀리언 달러 베이비, 맨인블랙, 쏘우 등 할리우드의 1500여편 명작들이 조상구씨에 의해 번역됐다.
조상구 씨는 역시 경주고 동기동창인 이현세 화백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이 이장호 감독에 의해 이장호의 외인구단(1986)으로 영화화 될 때 맡은 첫 케릭터 ‘조상구’ 역할이 그의 예명이 됐다. 차기작으로 이현세 화백의 역작 ‘지옥의 링’에서 주인공 ‘까치’ 역을 맡아 까치라는 예명을 얻었다.
이후 크고 작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던 중 SBS 최대의 화제 드라마 ‘야인시대(2002)’에서 ‘시라소니’ 역할을 맡아 시라소니 보다 더 시라소니답다는 평을 얻으며 일약 시라소니라는 닉네임을 다시 얻었다.
또 SBS 드라마 타짜(2008)에서는 전설의 타짜 ‘짝귀’ 역할을 맡아 음울하고 섬뜩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겨 다시 ‘짝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외 MBC드라마 무신(2012) SBS마이더스(2008), KBS포세이돈(2012) 등 방송사를 오가며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했고 홀리데이(2006), 날라리 종부전(2008) 등에서 명품 조연을 맡았고 울언니(2014)와 애비(2016)에서 주연을 맡아 활약했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야인시대가 국제적인 사랑을 받고 있어 조상구씨는 뜻밖의 한류스타로 부상 중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퍼졌다. 그러나 이들 못지않게 방송계를 주름 잡은 안방극장의 주인공이 또 있다. 그는 바로 박재현 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