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우향 김두선
신라 천년의 영고성쇠가 서린 땅 경주는 신라인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역사의 신비를 가득 담고 있다.
이런 경주에 흙과 함께 40여 년 뜨거운 예술의 혼을 불사르고 있는 서라벌요의 우향 김두씨.
전통자기 재현을 위해 자그마한 체구로 온 청춘을 모두 바쳐온 여(女)도공.
현대미술대상전 최우수상, 전통도예대전 대상, 한일국제미술대전 대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이 말해주듯 독보적인 분청도예 대가인 그녀의 작품은 신비롭고 은은한 멋을 담고 있는 옛 생활상을 섬세한 문양으로 담은 한폭의 흑유민화이기도 하다.
아무리봐도 싫증나지 않는 서민의 정서를 지닌 분청사기는 색깔을 들이지 않고 백토로 표면을 입히고 회청색 유약을 발라서 구워낸 그릇으로 조선 특유의 자기이다.
"내 체구가 크지 않기 때문에 십장생을 포함한 주로 큼직큼직한 작품을 많이 만들고 있다"는 김두선씨는 끊임없이 전통자기의 맥을 이어가면서도 현대인의 기호에도 맞는 작품들을 구상중이다.
"분청사기의 빛깔은 `어머니의 젖빛`과 같아 볼 때마다 더욱 애착이 간다"는 그녀는 일본 요코하마에서 5남매의 장녀로 태어난 그녀는 일본으로 끌려갔던 도공인 아버지와 함께 해방을 맞아 8세 되던 해에 부산으로 왔고, 갑작스런 지병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 마저 속세 등지자 17세의 나이에 4남매의 가장이 되었다.
남편과 동생들 중 하나를 택하라는 시댁의 종용에 이혼을 택했던 그녀.
자신의 행복까지 버린 채 여인의 한을 예술로 승화시킨 그녀는 어려운 여건과 좌절이 닥칠 때마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환경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진실한 마음가짐으로 행하면 반드시 그 고난이 극복된다는 생활신조로 살아가는 그녀는 자신이 어려운 세월을 거쳤기에 누구보다도 베푸는 마음이 크다.
현재 서라벌요의 생활도자기는 아들 윤형철씨가 제작하고 있는 가운데 우향 김도선씨는 순수 창작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