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서면 천촌리에 위치한 ‘경주전통문화체험학교’. 일명 놀자학교로 널리 알려진 이곳은 동국대 미술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동대학 명예교수를 맡고 있는 이점원 교수가 운영하고 있다.
놀자학교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놀이, 창작활동 등을 통해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 이점원 교수는 이곳에서의 활동에 정형화 된 것이 없다고 강조한다.
방문객을 위한 만들기 체험, 미술 체험, 환경 체험, 농사짓기 등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지만 세부적으로 똑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는 않는다는 것. 방문객들이 와서 자연스럽게 즉흥적으로 원하는 것을 놀면서 체험할 수 있다.
이점원 교수는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나 휴대폰이 없으면 놀지를 못해요. 그런 모습들이 정말 안타까워 아이들이 자유롭게, 창의성을 키우며 원하는 데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며 놀자학교의 건립 취지를 설명했다.
이 교수가 이곳 천촌 골짜기에 놀자학교를 세우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2001년 경 이 교수 부부는 산내면 근방에서 식사를 한 후 서면 쪽으로 산길을 넘어왔고 천촌리 일대를 구경하던 중 폐허가 된 천촌분교를 발견하게 됐다. 이점원 교수는 그 당시 발견한 천촌분교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창문은 다 떨어져 나가고 지붕도 없었죠. 또 담배꽁초와 각종 피임기구 등이 난잡하게 버려진 한마디로 우범지대의 모습이었습니다”
1952년 1월 개교한 천촌분교는 1995년 폐교를 하게 됐고 경북교육청으로부터 버림받아 7년간 폐허로 있었다. 이런 천촌분교를 탈바꿈시킨 건 다름 아닌 이 교수 부부였다.
“2002년부터 자비를 들여 보수공사를 시작하게 됐죠. 떨어진 창문을 보수하고 지붕을 덮는 등 모든 작업을 자비로 진행했습니다. 덕분에 배우자가 많은 고생을 했죠” 이점원 교수는 당시의 힘든 보수공사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각종 풀들과 나무들이 자란 운동장은 차는 고수하고 발들이기 조차 힘든 지경이었습니다. 중장비를 동원하는 등 대대적인 공사를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죠”
이 교수의 노력으로 천촌분교는 어엿한 체험학교로 연간 3000여명이 다녀가는 등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됐다. 그는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이 많은 이유에 대해 각자 흥미 위주의 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데 놀자학교의 차별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아버지는 학교에 마련된 공구들을 사용해 평소 만들지 못했던 가구와 작품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정해진 것이 없이 그림이면 그림, 만들기면 만들기, 그것도 싫으면 그냥 운동장에서 뛰어놀면 되거든요” 이러한 매력에 한 번 방문한 손님들은 꾸준히 찾고 있다고.
또한 이곳 놀자학교에는 특별한 곳이 있다. 바로 의자와 빈 페인트통을 활용한 친환경 화장실. 이점원 교수가 애착을 갖는 이 화장실은 방문객이 용무를 보고 나면 톱밥과 건초를 함께 넣어 처리하고 1년 뒤 거름으로 활용한다. 특히 과거 천촌분교 시설 사용되던 재래식 화장실 모습을 그대로 살려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
물론 보수공사를 통해 화장실 내부는 변경됐고 톱밥을 사용해 냄새 또한 거의 나지 않는다. “양변기에 익숙한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화장실을 만들었죠. 바로 톱밥과 페인트통, 의자를 활용한 화장실입니다. 이곳에서 발생되는 용변은 거름으로 사용되기에 말그대로 친환경 화장실인 셈이죠”
놀자학교 교실 곳곳에는 이 교수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컴퓨터와 그 부품들을 활용한 작품, 옛 나무창틀과 다듬잇방망이, 지게, 홍두깨로 만든 작품 등 수많은 작품들이 교실에 전시돼 있어 언제나 구경할 수 있다. 그는 “놀자학교에는 현재 2500여점의 작품이 있습니다. 다만 적당한 공간이 없어 창고에 쌓아둔 격이 됐죠”라며 아쉬움도 나타냈다.
놀자학교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이점원 교수는 근방 마을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취재 당일 우연히 자리에 함께 있던 박영찬 이장은 이 교수의 노력으로 폐허가 된 이곳이 생기를 얻었다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또 최근 천촌리는 국가 균형 위원회에서 공모한 주거환경 개선사업에 선정됐는데 이 사업을 놀자학교와 상생을 위해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이점원 교수는 향후 폐품을 활용한 작품 활동을 희망하기도 했다.
“경주에 재활용 박물관과 같은 곳이 생겨 폐품이 쓰레기가 되지 않고 예술작품으로 재탄생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언젠가 경주에도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요”
끝으로 그는 놀자학교는 항상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놀이는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좋아합니다.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많은 배움을 얻게 되는 거죠. 저희 놀자학교는 자유로운 활동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문이 열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