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6일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서원 9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서원이 등재되면서 우리나라는 모두 14개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서원은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다양한 무형 문화유산을 갖추고 있는데다 보편적 가치, 진정성, 완전성 측면에서 빼어나 세계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그 특성에 따라 자연유산, 문화유산, 복합유산으로 분류되는 세계유산은 세계유산협약에서 규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으로 인정되었을 경우 등재된다. 등재된 세계유산은 인류가 공동으로 보호해야할 가치를 지닌 유산이라는 점에서 국가와 민족적 자긍심을 갖게 한다. 또한 세계유산 등재로 국제적 지명도가 높아져 관광객 증가와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받는 계기가 되어 지역발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서원에 대한 보존과 관리에 있어서 물리적 측면의 완전성과 진정성에 치중하는 나머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정신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데 소홀히 했다가는 그 의미가 반감될 수 있다. 실제 지난 2010년 8월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전통생활양식이 전승되고 있는 공간으로 인정받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경주 양동마을이 단적인 사례다. 2009년 양동마을 방문객 수가 22만4821명이었지만,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2010년에는 41만5234명으로 1.8배나 급격하게 늘어났다. 세계유산 등재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그러나 2018년 양동마을 방문객 수는 18만1214명으로 집계되어 세계유산이 등재된 이후 8년 동안 연평균 9.8%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도 방문객 수로만 본다면 세계유산 등재 직전보다 방문객 수가 적은 결과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양동마을이 외면 받는 것은 조선시대 건축물로 형성된 마을 분위 말고는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체험 요소가 미흡한 탓이다. 정신문화 산실로 역할과 기능을 수행했던 서원에 대한 보존과 관리는 물리적 특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무형유산의 원형발굴과 보존 및 활용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세계유산으로서 가치를 이어갈 수 있다. 세계유산에 걸 맞는 서원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서원에 배향된 인물과 사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시점에서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은 유물 및 유적, 유·무형의 문화원형을 재해석하여 서원에 담긴 이야기와 의미가 전달될 수 있게 만들어야 방문객들이 지속적으로 즐겨 찾게 되는 것이다. 서원이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유산가치가 뛰어나다고 해도 현대인들에게 공감을 주지 못해 발걸음이 끊어지게 된다면, 그 가치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서원을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한 노력 못지않게 서원에 담긴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일이 시급한 과제다. 유교문화의 산실인 서원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고, 재조명하는 일은 관광객 유치를 통해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문화유산 활용이다. 서원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유교문화권 관광객을 유치하는 기회가 된다. 국제관계가 복잡한 상황에서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관광객 유치는 유교문화처럼 동질적 속성을 지닌 문화적 요소가 관광자원으로 활용되어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할 때 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유교문화권에서 방한 외래 관광객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에서 5·4운동과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소멸되었던 유교문화를 부활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서원의 활용방안으로 관광자원화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관광객들이 꾸준히 즐겨 찾게 하려면 서원 관리는 외형적 원형보존도 중요하지만, 서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흥미와 교감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세밀한 관리 방안을 마련하여 세계유산 등재 후광이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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