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광고의 허상을 파헤친다는 제목의 동영상이 있길래 눌러봤다. 방금 만들었는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피자 한 조각을 들어 올리니까 하얀 치즈가 쭈~욱 하고 따라 올라오는, 뭐 전형적인 피자 광고 제작 그 이면을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먼저 드릴(!)로 피자를 고정시킨다. 나사 머리는 이탈리아식 말린 소시지 살라미(Salami)로 살짝 덮어 놓는다. 이렇게 하면 삼각 주걱으로 피자를 집어들 때 원하는 딱 한 조각만 올라오는, 예쁜 그림을 만들 수 있다. 이때 중요한 포인트는, 그 피자 조각을 최대한 천천히 들어 올리면서 그 측면에 하얗고 진한 치즈가 마치 엿가락처럼 늘어지게 하는 시각적 극대화다. 역시 방법은 간단하다. 선택된 피자 조각 측면에다 미리 치즈를 잔뜩 바르고 또 덧바르는 거다. 방법이야 좀 뭐할 지라도 아주 먹음직스러운 그림은 만들 수 있다. 피자 광고 제작 그 뒷면을 지켜봤지만 ‘그래도 오늘 점심은 피자로 결정했어!’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피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머리에 심기에는 충분하다. 고도로 잘 기획되고 왜곡된 이미지에 제대로 세뇌당한 우리 욕망은 또 이렇게 불타오른다. 햄버거 광고만 해도 그렇다. 광택제를 발랐던지 표면이 반질(!)거리는 빵 껍질과 그 속에 들어있는 온갖 식재료들, 가령 상추나 토마토는 또 얼마나 싱싱해 보이는지, 정크 푸드(junk food: 고칼로리에 영양가가 없는 식품)가 이래도 되는 건가 의심이 들 정도다. 노란 치즈 사이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는 패티는 또 얼마나 두툼한지 손가락 하나 두께는 족히 되겠다 싶다. 이 외에도 많다. 맥주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에 흰색 거품은 필수적이다. 노란색 맥주, 그 위에 하얀 거품은 맥주의 완성이다. 그래서 맥주를 감싸는 흰색 거품을 오랫동안 시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맥주잔에다 먼저 주방 세제를 넣은 다음 그 위에 맥주를 붓는다고 한다. 당연히 거품도 풍성하고 오랫동안 거품이 유지되어 신선한 맥주라는 걸 강하게 각인시킨다. 실제로는 먹지 못한다. 아니 먹어서는 안 된다. 전적으로 보이기 위함이다. 먹지도 못하게 만들어 놓고는 먹으라고 홍보하는 이유가 참 궁금하다. 말이 나온 김에 하나만 더. 요즘 생크림 케이크들 좋아한다. 상온에 노출된 생크림은 쉬이 흐물거리니 오랫동안 두고 영상을 담을 수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남자들 면도크림이란다. 같은 흰색의 크림이지만 하나는 먹을 수 있고 하나는 먹으면 큰일 난다. 하지만 형태를 유지하고 오래간다는 장점은 확실하다. 면도크림으로 만든 거품을 케이크에다 발라두면 정말 맛있게 보이는 생크림 케이크다. 먹는 걸 가지고 도대체 왜 이렇게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시각을 통한 우리의 욕망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과장 광고라는 비난을 무릅쓰고라도 인간의 기본 욕망을 강하게 건드려 주는 방식이다. 특히 시각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은 인간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실제 내 손안에 들려있는 햄버거는, 광고 속 그것에 딱 반 정도 두께다. 당연히 빵에 윤기도 없다. 그럼에도 입 속에는 속절없이 침이 흐르고 있는 건, 손에 든 햄버거가 아니라 내 인식 속에 저장되어 있는 가짜 햄버거에 반응했기 때문이다. 손에 든 햄버거로 촉발된 내 마음속 햄버거가 맛있게 보이기 시작한 거다. 이런 과정은 죄다 광고를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반복해서 노출된 결과이다. 마치 ‘이건 맛있다’고 인식해야 옳다는 식으로 학습된 결과다. 자본주의와 마케팅의 꽃이라는 악평을 받긴 하지만 광고가 욕망을 자극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걸 방증한다. 불교 경전에도 “음식이 존재할 때, 욕심과 기쁨, 그리고 탐욕(craving)이 존재한다”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눈앞에 놓인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끊임없이 나를 유혹하는 거다. 살을 빼려면 먼저 음식이 내뿜는(!) 시각적 유혹으로부터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그래서 매체를 통해 수시로 유혹하는 음식을 안 볼 수만 있다면 일단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요즘 다이어트의 일환으로 눈을 감고 식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마치 기도라도 하듯 말이다. ‘음식 앞에 게걸스러운 건 (입이 아니라) 눈’이라는 외국 속담도 과식의 주범이 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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