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왼팔을 아예 차 밖으로 빼놓고 운전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싱가포르에서는 이렇게 한 손으로 운전하는 걸 엄격히 금지한다고 한다. 당연히 위험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서는 학생들을 태운 노란색 스쿨버스가 정차할 경우, 뒷 차들은 가만히 기다려야지 절대로 추월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상향등을 깜박이면 양보할 테니 먼저 가라는 좋은 신호란다. 우리였다면 “뭐야, 한판 붙자는 거야?”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이처럼 나라마다 교통문화는 천차만별이다.
SK텔레콤 내비게이션 ‘티맵’의 빅데이터를 살펴보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운전 습관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들이 있어 소개한다. 여성 운전자가 남성 운전자보다 더 안전 운전을 한다고 한다.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74세부터는 이 사실이 뒤집어진다. 자료에 따르면 할아버지보다 할머니들이 더 과속을 한다고 한다. 여성들이 더 오래 사는 평균 수명의 차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할머니들이 할아버지들보다 빨리 차를 몬다는 사실은, 평가나 분석을 떠나 매우 흥미롭다.
남자는 ‘한 번에 하나씩 일을 처리’한다고 해서 계단식 사고 유형(step thinker)이라고 한다. 반면에 여자는 그물식 사고 유형(web thinker)이라고 한다. 쳐놓은 그물에 옴쭉달싹 못 하는 벌레들을 요리하는 거미의 움직임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다. 가로 세로 할 것 없이 아주 효과적으로 움직인다. 그래서인지 여성 운전자는 운전하면서도 수시로 뒷자리에 앉은 아이가 자고 있는지 과자를 먹는지 체크한다. 그들은 이것저것 동시에 일을 처리하는 데 익숙하다. 후진하는 중에 전화라도 걸려온다면 상체를 아예 뒤로 돌려 후진하면서도 전화 상대방과는 연신 깔깔댈 수 있는 운전자가 여성이다. 나도 내 와이프가 그러는 걸 여러 번 봤다. 영화에서나 보던 영웅이 따로 없다. 어쨌거나 그런 맥락으로 볼 때 비록 연세가 들긴 했지만 할머니도 여성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급가속은 남성이 많이 하고 반면에 급감속은 여성이 많이 하는 편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남성은 액셀을 더 세게 밟고 여성은 브레이크를 더 자주 쓴다는 말이겠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남성이 과속을 많이 하니까 그만큼 급감속도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여성이 더 자주 급감속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좋은 차의 조건 중 하나로 속도(악세러레이터)를 든다면 그 말인즉슨 제동(브레이크) 장치 성능이 그만큼 좋다는 뜻이다. 브레이크가 받쳐줘야 가속을 마음껏 할 수 있지 않겠냔 말이다. 가속(加速)은 감속(減速)과 한 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 운전자들이 급감속을 하는 것은 그저 빠른 속도가 두려워 감속을 한다기보다는, 속도와 제어라는 밸런스에 대한 환원(還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역사적으로 남자는 바깥에서 먹이를 구해오는 역할이라면 여자는 가정을 꾸미고 유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 일환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안전한 상태의 유지는 가정이든 자동차 안이든 동일할 테니 말이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모든 신차 구매의 52%를 여성은 소화한다고 한다. 심지어 자동차 구매 결정의 80%에 영향을 미친다는 자료도 있다. 당연한 말일지도 모른다. 여성은 자신이나 법적으로 운전이 허용된 자녀들이 자동차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한다. 자식들뿐이겠는가. 여성은 남편이 원하는 자동차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강한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한다. 자동차 구매에 관한 모든 권한이 와이프한테 있는 우리 집의 경우는 예외지만,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남자들의 우선순위에 있는 조항들, 예를 들어 100미터를 몇 초 만에 주파하는지 등은 여성들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운전석 주변에 뜨거운 커피를 놓을 공간이 있는지 등 디테일한 정보까지 체크하는 그들에게 남성들의 우선순위는 어쩌면 순진하다는 느낌일 수도 있겠다. 웃기는 것은 대중매체를 채우는 자동차 광고는 여전히 남성을 주 대상으로 하는지 죄다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남성호르몬)을 자극하는 식이고, 실제 자동차 대리점에서는 여성보다 그 뒤에서 쭈뼛거리는 남성을 주 타겟으로 영업맨들이 열을 올리고 있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