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도덕경에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는 말이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도법자연(道法自然)의 이치를 거르지 않고 자신의 위대한 희열을 위해 칼날을 세우며 작품 활동에 임했다는 명암 김태현 작가의 일곱 번째 전시가 오는 31일까지 안강 렘트갤러리(관장 권종민)에서 열린다. 운곡서원, 불국사, 호미곶 등 그가 다니는 곳곳은 바로 작품 소재가 된다. 그리고 작가는 작품으로 그날의 소중한 기억을 추억한다. ‘돌에 새긴 향기’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자연에 자연을 담은 전시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벼루석인 자연석을 바탕으로 전국 곳곳의 자연을 소재로 삼은 40여점의 서각 작품을 선보였다. 집안 어른들의 붓글씨 쓰는 모습을 보며 자라왔던 김태현 작가에게 서예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시인이자 서예가였던 남강 이종원 선생으로부터 서예를 사사 받아 본격적으로 서단에 입문하게 된 작가는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추구해 왔다. 자신이 쓴 글을 다른 방법으로도 표현하고 싶었다는 작가에게 나무나 돌 등에 글이나 글씨를 새기는 ‘서각’ 역시 당연히 흥미로운 대상이었고, 이후 하정 윤병희 선생에게 서각을 사사 받은 김 작가는 서예, 문인화, 서각, 전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다채로운 작품 활동은 물론 지도자로서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돌에 글자를 새길 때 나타나는 질박한 자연미, 예상치 못한 독특한 파열에서 오는 짜릿함이 석각의 매력입니다. 칼은 붓보다 더 날카롭고 예리하기 때문에 더 섬세한 예술적 표현도 가능하죠. 하지만 늘 긴장을 늦출 수 없어요. 자칫 잘못하면 바탕인 나무나 돌, 저 역시도 다치기 일쑤니까요” 서각도를 잡는 순간 모든 정신을 한곳에 집중한다는 작가는 그 순간만큼은 온갖 시름과 잡념이 사라진다며 서각은 수행과도 같다고 말한다. 앞으로 천연 흙을 구운 테라코타에 경주 남산의 부처님을 각으로 새롭게 화현시키고싶다는 작가. 그는 ‘자연’에서 재료와 소재를 끊임없이 갈구하며 오늘도 연구실에서 칼날을 세우고 있다. 1963년 안강에서 태어난 김태현 작가는 대구예술대 졸업(서예), 계명대 대학원(문인화)을 졸업했다. 경북서예대전, 삼성현미술대전 등 다수의 공모전에서 운영 및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포항 황해사, 포항 마룡사, 대전 광수사 등 전국 사찰에 현판 및 주련을 제작했다. 현재 안강읍 주민센터 서예문인화 강사이며, 안강에서 명암서예문인화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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