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에서... 새벽 어스름이 채 가시기전, 내 체온이 고스란히 밴 이부자리의 달콤한 유혹을 가까스로 뿌리치며 오늘도 우리 부부는 나란히 등산화를 챙겨 신는다. 얼마전부터 시작한 새벽등산이다. 이른시간, 부지런한 사람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좀더 열심히 살아야지 다짐하며 백률사 등산로를 접어 오른다. 꼬불꼬불 등산로를 따라 발은 숨을 몰아쉬며, 간간이 손잡아 이끄는 남편의 든든함도 새삼 느낀다. 수 없이 산을 오른 이들의 의지가 되었을 반지르르해진 소나무가지, 그 소나무 그늘 사이로 용케도 피어있는 제비꽃, 연한 연두빛의 망개잎, 이젠 웃자라 맘껏 잎을 펼친 고사리하며 바위틈에 자리잡은 기묘한 이끼까지... 모두가 산 특유의 싸~한 향기와 어우러져 초보등산가를 들뜨게 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등산길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산 사람들(?)은 마음이 넓음일까? 초면에도 "안녕하세요~ 힘내세요"정답게들 건네며 지나간다. 엉겹결에 답례를 하고선 산을 오르는 내내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된다. 20여분을 오르면 경주시가지가 다 내려다 보이는 정상이다. 촉촉히 등에 밴 땀을 식혀주는 산바람을 맛보며 생각한다. 내려갈 때 사람들을 만나면 나도 이렇게 건네 봐야지 "안녕하세요~"라고 경주시 용강동 황경미 경주여~ 너에게 무척 고맙구나... 난 경주 토박이다. 서른 평생 경주를 벗어나 본 적이 없는 그야말로 경주 촌년이다. 그러던 내가 지금은 다른 도시에 살고 있다. 물론 여기에도 맑은 산이 있고 푸른 바다가 있고 내 어릴적 놀던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평온한 마을 분위기도... 내 고향 모습과 별 반 틀린 바가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고향 경주의 풀과 나무가 주는 막연한 흐뭇함과 사랑스러움은 왠지 그만 못하다. 늘 곁에 있을 땐 몰랐던 것들이 떠나와서 생각하니 참으로 작은 것 하나까지도 그립고 소중한 줄... 미련스레 안타까워 할 따름이다. 화려하지도 또 그리 크지도 않은 수수하고 소박한 서라벌의 왕릉이 고졸하게 마을을 지키고 있고, 해질 무렵 논둑길 건너엔 한 촌로가 앉아 아궁이게 불을 지피는 그 곳, 굴뚝 위로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를 흠향하며 옛 신라의 왕은 죽어서도 그렇게 백성들과 함께 숨쉰다. 그야말로 천년의 세월과 21세기가 희한하게도 그림같이 어우러진 나의 고향 경주! 나이가 들어서도 언제든지 유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 고향이라 했다. 허물없는 소꼽친구들이 있고 세월에 얽힌 추억이, 그리고 그리운 기억들이 있는 고향 말이다. 오늘도 나는 그리워 한다. 천년의 문화와 생활이 늘 함께하는 나의 고향 발길 닿는 모든 곳이 유적지인 문화도시, 경주 고향이 주는 흐뭇함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데 찬란한 문화유산까지 아낌없이 덤으로 안겨주는 아름다운 나의 고향 경주여! 너에게 무척 고맙구나! 경주시 동천동 고형숙 웃으면 복이온다는데... 남편과의 결혼으로 경주에서 생활한지도 벌써 2년째다. 사람들의 투박한 말투에 낮설기만 했던 이곳 생활이 점차 익숙해져 지금은 마치 고향같이 편안하고 친숙하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집 가까운곳에 늘려있는 유적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하다. 운동하기 좋게 잘 정리된 강변도로, 깨끗한 유적지 및 공원들, 신라인들의 정신이 깃든 이곳이 난 너무 좋다. 다만 아쉬운것이 있다면 세계문화엑스포의 개최 도시답게 이곳을 찾아오는 여행객들에게 좀더 따뜻한 미소로 대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예를들면 기차표를 예매하는 곳에 근무하는 분들의 표정없이 굳어있는 얼굴과 딱딱한 말투는 참 안타깝다. 경주의 가장 얼굴이 되어야 하는 그 분들이 따뜻한 미소와 친절한 말투로 여행객들을 맞아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외국인에게는 비교적 친절한 것 같은데 내국인에겐 그렇치 못한 것 같다 웃으면 복이온다는데, 경주를 찾는 이들에게 좀더 환한 웃음으로 맞아줄 수 있는 건강한 경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주시 성건동 김정은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