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 아주 작은 것을 나누다보니 행복하고 웃을 일이 많이 생겨 건강해졌습니다”고 입을 연 김기환(73·경주시 산내면 신원2리) 씨는 지금도 짙은 색 안경너머로 즐겁게 세상을 바라본다. 그에게 있어 나눔은 나이 들면서 만들어가는 무형자산. 나눌수록 커지는 건 풍요의 맘과 얼굴 가득한 미소, 주변사람들의 친절함에 더욱 가벼워지는 발걸음이다. 또한 직접 지은 농산물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삶, ‘아직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틈날 때마다 배우고 그 배움을 재능으로 다듬어 웃고 즐기고 나누면서 인생 2막을 행복하게 엮어가고 있다. 김 씨는 3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고생이 시작됐다. 도시락조차 준비할 수 없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친구들은 중학교로 진학했지만 그는 남의 집 머슴살이로 고달픈 인생을 살아야 했다.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성실하게 일을 해 다른 일꾼보다 품삯을 더 받았지만 꾀를 부리지 않는 성격 탓에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넉넉잖은 살림으로 무관심하게 뒀던 눈에 이상이 생겨 19세 때 겨우 대구 K병원에서 수술을 했지만 사물을 볼 수 없게 돼 안대를 착용하며 살아야 했다. 그 후 30년 동안 안대를 한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한 동네 친구(이강태)가 색안경을 사줘 안대를 벗었다고 했다. 이때 결심한 게 있다. 나처럼 어려운 이웃에게 한 자루의 촛불이 되고자 했던 결심이 바로 그것. 작은 것을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물질이든 육체적 노동이든 마다하지 않고 즐겁게 행한 것이다. “자신을 스스로 책망한 끝에 세상을 포기하고 죽음을 택했던 20대 초반을 생각하면 지금 살고 있는 것이 기적입니다” 김 씨는 부산에 취업을 시켜주겠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형들을 따라 갔지만 안대를 한 외모 때문에 취업이 무엇보다 어려웠다. 자전거로 쌀, 막걸리 배달, 잔심부름으로 근근이 생활하다가 20대 중반에 고향 산내로 돌아와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했고 세 아이의 아버지로 아이 얼굴도 제대로 볼 시간도 없이 악착같이 살았다. 고생 끝 낙이 온다고 했던가? 내 집과 작은 땅도 갖게 되니 그제서야 주변을 돌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산내 매골경로당 회장을 하면서 대한노인회서 재능나눔이라는 사업을 소개받았다. 한궁이라는 생활체육으로 자격증 교육을 받고 경로당을 방문해 활동하고 조금씩 지역사회도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전통종목인 투호와 궁도를 통하여 창시된 국내 장시형 스포츠로 세계생활체육연맹에 정식 종목으로 인정받은 공감형 스포츠이기에 호감이 갔다. 김 씨는 전통생활체육 한궁강사로 산내면 어른들과 지역아동센터에 주 1회 정기적 재능기부를 하고 있으며 어린이집 등에서 봉사도 하고 있다. 학생들과 만나면서 인성교육에 눈을 뜨게 돼 청소년과 인성에 관한 교육도 받으러 다녔다. “지금도 가끔씩 오갈 데 없는 처지,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힘든 시절을 생각합니다. 꽃잎을 흔드는 바람이, 빗줄기에 배를 타는 꽃잎이, 흩날리며 떨어지는 꽃잎도 내가 보고 느끼고 감동하는 것, 그런 순간순간도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세상의 모든 것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한궁복장을 챙겨주는 아내 이옥식(64) 씨는 “남편은 가정에도 소홀함이 없습니다. 모임이 많아 늦을 때면 안전하게 귀가하기를 기도하지요. 어렵게 자식들 공부를 시켰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아버지를 존경하는 아이들이 고맙고 감사합니다. 봉사는 누가 시킨다고 할 수는 없어요. 하고자하는 마음과 주변의 도움이지요”라며 남편의 재능나눔에 힘이 되어준다. 이웃으로 수년이 넘게 함께한 박원상(산내분회 사무장) 씨는 “조용하게 선의를 베풉니다. 언제든지 주변을 살피고 필요하다고 말할 틈 없이 챙겨주고 나이든 우리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살펴줍니다. 작년부터 산내면 경로당 한궁대회도 개최해 노인들이 운동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힘쓰고 있습니다”면서 김 씨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오늘도 새벽5시 눈을 떠 논·밭에서 일을 하고 늦은 밤까지 건강식품 달이는 일을 하지만 봉사활동은 그의 노년의 삶에 활력소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마음이 부자라서 무엇이라도 베풀고 싶다는 김 씨는 “이 나이에 글도 짧고 재능도 별로 없는 내가 뭐 하겠습니까. 죽는 날까지 봉사하면서 보람 있게 살다가 가야지요. 가끔 나를 보고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하냐고 하는데..그냥 좋으니까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나눌 계획입니까? 무엇을 오늘 나누셨습니까? 나눌 것이 많은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 사회적 책임과는 다르게 다양한 재능을 가진 보통 사람들이 그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재능을 나눠주는 기부문화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술은 있지만 나눌 방법을 찾지 못했던 전문가들도, 능수능란하지 못해도 배움을 실천하려는 학생들은 단체로 재능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호혜(互惠)성이 우리의 상부상조의 정신과 통한다. 한쪽 눈을 잃은 5급 장애인으로 살면서도 신원2리 반장 30년, 신원2리 이장 6년, 산내 신체장애인 산내 분회장 18년, (사)경주시 신체장애인 지부장 3년, 새마을 지도자, 산내농협 영농회장, 경주시 신체장애인 후원회 명예회장 등 많은 활동을 했다. 현재는 지난해 12월 대한참전유공자 환경봉사단 경주지부 회장으로 선임돼 새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능을 전문적으로 많이 가진 사람들도, 재능을 적게 가진 사람들도 나눔의 방법은 그 형태가 매우 다르다. 누군가로부터 받는 기쁨만큼 주는 기쁨의 순환이 되는 밝고 행복한 경주가 됐으면 한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기부함으로써 사회적 공동책임성과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있다. 자신이 가진 1% 재능 나눔이 누군가의 인생에 소중한 1%가 될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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