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밥 별 이 희 목 마른 풀밭에 개뼈들이 나뒹굴어져 있다 문득, 어느 날 하산길 아랫마을에서 겨울바람 속에 들려오던 개떼들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생각났다. 세월이 흘러가면 이 개뼈들이 삭아 없어진 자리에선 지상에서 가장 순수한 들꽃이 피어날 것이요, 밤하늘에 뜬 무수한 별 가운데 가장 높이 뜬 커다란 개밥별 하나가 사랑스런 눈길로 지상에 피어있는 그 들꽃들을 내려다 보고 있을 것을... ... ------시 평--------- 시인의 상상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떻게 보면 생(生)이 덧없고 그 자체의 허무함을 보는 듯하다. 시인은 ‘개뼈’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비단 개뼈뿐이랴. 특히, 우리 인간들과 친숙했던 개의 일생이 이렇게 버려져선 살점은 이미 간 곳 없고 그 뼈마저 이제는 세월의 풍화에 못이겨 ‘삭아 없어질’ 게 뻔하니 말이다. 그 버려진 개뼈를 통하여 살아있었을 때를 증명하는 ‘문득, 어느 날 하산길 아랫 마을에서 / 겨울바람 속에 들려오던 개떼들의 / 처절한 울음소리가 생각났다.’ 고 한 대목은 더욱 실감을 자아낸다. 허공같이 텅텅 비어있는 듯도 한 밤하늘의 ‘무수한 별 가운데 가장 높이 뜬 커다란 개밥별’이 개의 이미지와 상관관계를 이루며 ‘개뼈들이 삭아 없어진 / 자리에선 지상에서 가장 순수한 들꽃이 / 피어날 것이’ 라는 가정이, 시인의 상상력의 응결로 인해 피워낸 지상의 ‘그 들꽃들을’ 사랑스런 눈길로 내려다 보고 있을 것이니 말이다. 쓸쓸하게 삶을 마감하고 뼈마저 삭아 문드러져 흔적없이 사라지지만, 그 영혼이 하늘에 가 닿은 듯 ‘개밥별’이 내려다 보며 ‘뼈들이 삭아 없어진 자리에’ 피어난 들꽃을 위무라도 하듯 영혼을 달래고 있는 듯도 하니까 말이다. 개의 속성이 그러하듯, 살아있는 동안 그만큼 하늘을 향해 원통한 자신의 삶을 부지런히 항변이라도 하듯 울부짖었듯이 그 한(恨)의 메아리가 하늘에 가 닿아 떠돌다가 개밥별이라는 영혼의 매체로 다시 지상을 향해 내려다 보고 있음이 아닐까. 이 시에서 우리는 개처럼 순진무구하며 착한 존재는 드물다는 생각을 해 보면서, 죽으면 가차없이 버려지는 비참한 그의 생애를 통해서 개보다 못한 인간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보는 것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