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방폐장의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반입 중단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의 방폐물 분석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12월말 방폐물 반입이 전격 중단된 주원인으로 분석되면서 향후 지역 내에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방사성폐기물 핵종농도 분석 오류에 대한 조사결과를 원자력연과 처분시설 운영기관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에 통보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조사결과 지난 2015년부터 최근까지 원자력연이 경주 방폐장으로 보낸 방폐물 2600드럼 중 무려 80%에 달하는 2111드럼의 핵종 농도 정보에 오류가 있었다고 밝혔다. 원자력연이 지난해 자진 신고한 945드럼 보다 2배나 많은 양이다. 또 한수원이 의뢰한 원전 방폐물 분석과정에서도 3465개 분석 대상 데이터 중 167개 데이터가 잘못된 정보로 확인됐다. 다만 오류 값을 정정해 비교한 결과, 연구원의 방폐물 핵종 농도는 경주 방폐장의 처분농도 제한치 이내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원전 방폐물 정보를 확인하는 척도인자 값도 한수원이 사용 중인 값이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안위는 이번 오류 발생의 원인으로 원자력연의 업무 수행과정상 다양한 실책과 자체개발한 SW(데이터 관리시스템) 등과 관련된 문제점 등을 들었다. 시료데이터 값 또는 측정·분석 결과를 잘못 기재하거나, 유사하지 않은 드럼을 함께 분석하는 등 절차상 문제와 데이터 관리시스템 운영과정에서 수식적용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 또 자료 관리의 편리성만 고려해 유효성 검증을 거치지 않은 자체개발 SW로 인해 1560여건 오류를 발생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전체적으로 계측기에서 도출된 측정값 관리부터 각종 분석·계산을 거쳐 최종 인수의뢰를 위한 정보기입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관리부실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 방폐장 운영개시에 따라 보유해 온 방폐물을 시급하게 처리하는 과정에서 시설·인력 부족도 오류가 발생한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이번 결과에 따른 원자력안전법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처분과 개선대책 등은 다음 달 개최되는 전체회의를 통해 논의·확정할 계획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원자력연, 공단 등 관련 기관으로 하여금 철저한 자체 분석을 통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으며, 제도적 개선사항에 대한 검토도 착수할 방침”이라며 “조사결과에 따라 공단은 확인된 드럼의 오류정보를 정정하고 처분방사능량을 재평가하는 등 방폐장 안전운영을 위한 후속조치를 즉시 이행토록 주문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해 9월부터 약 10개월간 연구원이 발생시킨 방폐물과 원전 운영과정에서 발생한 방폐물 분석내용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안전규제 전문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우선 원자력연이 경주 방폐장에 인도한 전체 방폐물(2600드럼) 분석 데이터(약 6만개)에 대한 전수검증과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원자력연이 위탁받아 수행한 원전 방폐물 분석 데이터의 경우, 한수원으로 하여금 전수검증과 척도인자 유효성을 재확인하게 하고 그 검증 내용 일체를 다시 검토하는 방식으로 조사했다. -핵종분석 장비 등 보유한 유일 기관 ‘원자력연’ 방폐물 부실관리 지적 원안위는 이번 조사결과 발표에서 “방폐물 핵종 분석은 원자력연이 거의 유일한 전문기관으로 처분 책임이 있는 공단조차도 과정검증 또는 결과 교차검증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원안위가 밝힌 내용을 보면 원자력연이 유일하게 방폐물 핵종 분석을 위한 장비와 기술·인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석과정에서 관리가 부실했던 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지역 원전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방사능분석 관점에서 핵종은 알파, 베타, 감마 핵종으로 나뉜다. 이중 감마핵종은 투과력이 좋아 철재드럼으로 포장하더라도 방사능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 문제는 알파·베타 핵종. 이들 핵종은 투과력이 매우 낮아 철재드럼 외부에서 방사능 측정이 어렵다. 이에 따라 철재드럼에서 방폐물을 꺼내 방사능을 직접 분석 또는 검사하는 ‘파괴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현재 파괴방법으로 알파·베타 핵종 분석이 가능한 방사화학실험실 및 기술·인력을 보유한 기관은 원자력연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장비, 시설, 기술, 인력 등이 부족해 알파·베타 핵종에 대한 분석은 불가능하다는 것. 결국 방폐물 핵종분석에 최종 책임이 있는 원자력연이 부실한 관리 등으로 오류가 발생했고, 이들 방폐물이 경주 방폐장으로 옮겨지면서 반입 중단사태까지 빚었다는 지적이다. 지역 전문가들은 “원자력연이 핵종분석 관련 장비와 기술 등을 보유한 유일한 기관이지만 방폐물 분석 전 과정에서 부실한 관리로 인해 경주 방폐장의 방폐물 반입 중단 조치까지 내려져 지역민들의 우려를 낳게 해 유감”이라며 “앞으로 모든 핵종분석 등이 가능한 방사성폐기물 정밀분석 센터 등이 경주에 건립돼 보다 안전하고 신뢰받는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원안위 조사결과 발표와 다음 달로 예정된 개선대책 등의 수립 이후, 중단된 방폐물 반입 재개와 관련한 논의가 이어질지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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