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대부분의 나무들은 봄에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충분한 햇빛을 받아 영양분을 축적하면서 다음대를 위한 씨앗이 충실하게 여물도록 한다. 그래서 여름철에 꽃 피는 나무가 별로 많지 않다. 그 중에 능소화가 여름 꽃으로서 경관 가치가 있는 꽃나무이다.
능소화는 원래 중국의 강소성 지방이 원산지로 우리 나라에는 언제 들어왔는지 확실치 않으나 아주 옛날부터 사찰이나 행사 꽤나 하는 양반집 앞마당에 심겨진 기품있고 고급스러운 꽃나무로 취급되어 왔다. 양반집에서만 심겨지니까‘양반꽃’이라고 했다는데 좀처럼 믿기 어려운 이야기다. 지방에 따라서는‘금등화’라고도 하며, 서양에서는 꽃모양이 트럼펫 같아서‘트럼펫 클리퍼’라고도 한다.
세계적으로 우리 나라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북미 등지에 분포하며 덩굴성 목본식물로 능소화과에 속하고 10m 이상으로도 자란다. 나무의 줄기에 지네발처럼 생긴 흡착뿌리가 있어서 벽면을 잘 타고 올라가는데 담쟁이와는 다르게 부채살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줄기를 뻗어 나가며, 오래 묵은 줄기는 회갈색을 띠는데 고목처럼 기품이 있어서 보기도 좋다.
능소화 꽃은 점잖고 부드러운 면이 있어서 동양식 정원이나 공공장소의 휴게공간에 잘 어울리는 나무라고 볼 수 있다. 이 나무는 추위에 약한 편이라서 서울이나 중부 이북지방에서는 월동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한 양지쪽의 수분이 많은 비옥한 토양을 좋아하고 공해에 매우 강한 나무이다.
능소화 꽃은 나팔모양으로 생겼으며 노란색에 가까운 주홍색으로 색상이 화려하며, 다섯 갈래로 벌어진 꽃 속에는 암술 한 개와 네 개의 수술이 있고 끝이 구부러져 있다. 능소화 꽃가루에는 독성이 있어서 어린이들이 꽃을 갖고 놀거나 눈에 들어가면 좋지 않다고 한다. 꽃가루에 갈고리 같은 것이 붙어 있어서 눈에 들어가면 실명한다는 말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한방에서는 능소화 꽃을 약용으로 쓴다. 어혈이 들었을 때 피에 있는 나쁜 성분을 제거해 주는 역할을 하므로 옛날부터 귀하게 쓰여왔다.
번식은 가을에 채취한 종자를 그 다음해 봄에 파종하면 발아가 잘 될 뿐만아니라 일년생 줄기를 약 30㎝ 정도 잘라서 3∼7월 사이에 삽목을 하면 뿌리가 잘 나온다.
한여름에 담장이나 고목나무 등걸에 올라가 가지 끝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능소화 꽃의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원산은 우리 것이 아니더라도 오랜 세월에 걸쳐 우리 풍토에 토착화된 능소화야말로 한여름의 짜증나는 더위를 잊게 해 줄 수 있는 좋은 꽃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