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노(魯)나라에서 서쪽 위(衛)나라로 유세하러 갔을 때 공자의 제자 안연(顔淵)이 사금(師金)이란 벼슬아치에게 공자의 유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니 사금은 “이번 유세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하며 대략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물길을 갈 때는 배를 타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고, 육로를 갈 때는 수레를 타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는데 주(周)나라와 노(魯)나라의 차이는 배와 수레의 차이임에도 배를 육지에서 밀고 가려는 형상이라 애는 쓰지만 공은 없을 것이다.(노이무공:勞而無功) 장자의 천운(天運)편에 나오는 고사이다. 이 말은 한마디로 노력에도 불구하고 물거품이 된다는 말로서 우리 속담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본다’는 말과 같다. 경주는 그동안 수도 없이 이처럼 지붕만 쳐다보고 있어 안타깝다. 지난 4월에 정부는 부산과 울산에 걸쳐서 경수로 원전해체연구소를 건설하기로 하고 경주에는 우는 아이 떡고물 주듯이 중수로 원전해체연구소를 설립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어린아이를 뺀 경주시민 전체에 해당하는 22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관계기관에 전달하는 등 6년여 원자력해체기술연구센터(원해연) 유치에 들인 공이 한순간에 날아간 것이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경마장은 치열한 경쟁 끝에 1992년 경주로 결정되었으나 발굴과정에서 문화재로 인해 중단되자 정부는 경주 내에 다른 장소를 물색하기는커녕 아예 부산·김해로 옮겨 버렸다. 1997년에는 관광산업의 핵심이라며 카지노장 유치에 힘을 쏟았지만 강원도 정선의 손을 들어 주어야 했다. 2004년에는 태권도공원 경주유치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였으나 이 또한 공염불이 되었다. 택견을 비롯하여 금강역사상의 품새가 같다는 등 여러 가지 설득력 있는 호소를 하였음에도 전북 무주에 빼앗겼다. 그나마 중저준위 방사능 폐기물처리장(방폐장)은 주민투표 끝에 군산을 누르고 성공을 거두었다. 이의 위험성이나 폐해는 뒤로하더라도 특공작전을 펼치듯 한 신경전과 강제·공개성 사전투표를 추진한 덕에 무려 90%에 이르는 절대적 찬성을 이끈 결과이다. 하지만 정부의 그 많던 장밋빛 약속과 청사진은 간데없어 지금 경주시민은 속았다는 생각뿐이다. 2000년대 중반에는 경상북도청 유치에 전력 질주했으나 똘똘 뭉친 경북 북부권 때문에 시민들의 가슴엔 멍만 들었다. 2006년에는 경북도청 제2청사 동남권 유치 경주위원회를 만들고 힘을 모았으나 실패의 거듭이었다. 금년 들어서는 지난달,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유치실패라는 쓰라린 흉터를 훈장처럼 하나 더 달았다. 매번 국책사업 유치에 경주는 전방위적으로 유치운동을 펼쳐왔다. 관변단체를 비롯하여 각종 모임을 총동원하여 현수막을 내 걸고 유치 시위를 하는 등 비용과 용쓰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면 경주가 나름의 현실성 있는 설득력과 그럴듯한 유치환경을 가지고 있었으나 결정에는 언제나 정치적인 물결이 좌우하고 있었음을 떨칠 수 없다. 유치운동 때마다 쏟아부은 비용과 노력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기에 유치실패에 따른 시민들의 정부 불신과 스트레스 또한 엄청났다. 이러한 잠재적 손실은 누가 보상하며, 어디에 호소해야 할까. 패자는 말이 없기에 더욱 가슴만 아프다. 경주는 언제까지 닭 쫓던 개 꼴을 해야만 한단 말인가. 노이무공이 되지 않으려면 경주시는 치밀하고 성공하기 위한 기획을 해야 한다. 안이하게 역사에 기대거나 관광여건을 등에 업던 시절은 갔다. 신라왕도이니 양반도시니 하던 케케묵은 자만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경주가 겨우 인접한 몇몇 도시의 지지를 얻어 내거나 도내 도시간에 경쟁까지 해야 할 때 다른 도시는 도내 전체 시군의 지지를 받고 도청까지 발 벗고 나섰으니 어찌 강한 화살 하나가 연한 여러 개의 화살을 이길 수 있을까.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가지 전투를 해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는 󰠑손자병법(孫子兵法)󰠙의 명언처럼 앞으로는 경쟁도시를 철저히 분석하고 우군을 확고하게 확보하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 무슨 난장판에 깃발 걸듯이 우르르 떼거지로 볼썽사납게 홍보를 해대지 말고 품격있고 호소력 있는 홍보를 하자. 가진 것보다 몇 곱절 많은 것처럼 포장도 잘하여 정부를 혹하게 하자. 경주에는 천연기념물 제540호 경주개 동경이가 있다. 사람을 잘 따르고 용맹스럽기 그지없다는데, 지금 히죽히죽 비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는 일이 개판이라 닭 쫓던 개 꼴이군. 어디 동경이가 얼굴 들고 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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