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누구나... 남북이 서로 분노와 증오 대결로 마주할 때가 있었다. 분단국의 당사자이며, 국민 한 사람으로서 무력함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에 담으려 몇 년 전부터 기획해 준비해왔다는 작가는 그동안 진행해왔던 작업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남북의 관계는 하루가 다르게 마주함이 자연스러워지고 있었으며, 따뜻하게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정우 작가의 일곱 번째 개인전이 오는 25일부터 경주예술의전당 갤러리달(B1)에서 열린다. 2019 경주작가 릴레이전 세 번째 주자로 나서게 되는 것.
이번 전시에서 최 작가는 ‘LIAISE : 이어주다. 연락을 취하다’라는 주제로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진 않지만 있는 것’으로 나눠 사진과 입체작품을 선보인다. 사진은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형상을 보여주지만, 입체 작품은 물질성과 형상성이 강조돼 잘 읽히지 않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입체작품에서는 주재료로 배관용 파이프를 사용했습니다. 이 오브제의 특성상 땅에 묻히거나 건물 아래 숨겨져 보이지 않는 지하에서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죠. 세계가 바다로 이어져 있듯 육지 땅속 깊은 곳 지하수가 이어진 것처럼 아직 땅 위로는 철책이 버티고 있고 서로 총부리를 겨누지만 깊은 어딘가에 놓이고 있을 신뢰의 연결고리, 그 이상의 어떤 관계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최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비록 분단된 채 살아가지만 서로 간의 따뜻한 소통과 공감, 화해의 장을 마련하고 평화로 이어지길 바라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평론글에서 ‘최정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불통의 관계에 대한 회복을 시도한다. 소통도 불통도 인간관계를 매개시켜주는 계기로서 파생된 것임을 인정한다면, 말을 매개로 한 작가의 작업은 결국 인간관계가 주제다. 나와 너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이 주제인 것. 그 관계가 확장된 것이 사회고, 최근 남북문제가 바로 그 확장된 자장 속에 들어온다. 겉으로는 찌지고 볶고 하는 것 같지만 그 와중에서도 그 이면에서는 상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 관계, 접속을 꾀한다. 지하에 매설된 신경망처럼 연결된 배관용 파이프가, 압력을 조절하는 컨트롤 박스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편견 없이 악수하기 위한 장치가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 관계, 접속에 대한 메타포로서 제시된다. 그렇게 말을 매개로 한 작가의 작업은 의미론적인 문제, 인신론적의 문제, 소통과 불통의 문제를 넘어 종래에는 진정한 관계회복의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심화된다’고 설명한다.
형상에 몰입하지 않는 작가 최정우. 그는 경험과 주변의 사물에서 숨은 의미를 찾고 그 이미지를 다시 형상화하는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다음 작품으로 가칭 ‘지구를 떠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들’을 선보이고 싶다는 작가는 우주선, 우주복, 비상식량 등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 최 작가만의 풍부한 예술적 상상력과 어우러진 흥미로운 이야기가 벌써 기다려진다.
최정우 작가는 1976년 경주에서 태어났다. 영남대 조소과, 성신여대 조형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5년 갤러리 올(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6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2016년 아트경주 기획전, 2017-18년 익산-경주 교류전 메탈리스트전 외 다수의 단체·기획전에 참가한 바 있으며, 안산 단원조각공원, 횡성 여름숲속미술관, 성남 율동조각공원, 대교문화재단, 계명대 성서캠퍼스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최정우 작가의 전시는 7월 25일까지며, 작가와의 만남은 오는 26일 오후 5시 경주예술의전당 갤러리달(B1)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