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 분야에서 베토벤의 후계자 자리를 다툰 브람스와 브루크너는 모두 독일어권의 작곡가다. 그러나 19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교향곡은 독일을 벗어난 여러 나라에서 작곡되었다. 당시에 교향곡은 작곡자의 총체적 역량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였다. 먼저 독일에 접해있는 체코에서 두각을 나타낸 두 명의 걸출한 작곡가부터 살펴보자. 그들은 드보르자크와 말러다.  연말연시에 베토벤의 ‘합창’ 못지않게 자주 연주되는 작품이 있다. 바로 ‘신세계로부터’라는 교향곡이다. 옛날에는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작곡가를 ‘드보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 ‘드보르作’이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요즘에는 작곡가 표기를 ‘드보르자크’로 하면서 이런 오해는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신세계로부터’는 드보르자크(A.Dvorak/1841-1904)의 마지막 교향곡(9번)이다. 여기서 ‘신세계’는 미국이다. 그는 뉴욕 국립음악원의 초대 원장으로 초빙된 이듬해에 이 작품을 작곡(1893년)한다. 교향곡 9번은 4악장이 유명하지만 백미는 2악장이다. 조국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그의 절절한 심정을 잉글리쉬 호른(※오보에와 비슷한 악기)이 대신한다. 향수병에 시달린 드보르자크는 결국 임기를 못 마치고 귀국하지만 ‘신세계로부터’는 미국을 상징하는 교향곡으로 남았다. 미국의 명지휘자 로린 마젤(L.Maazel)은 뉴욕 필하모닉의 2008년 평양공연에서도 이 곡을 연주했다. 체코의 한 푸줏간 집 아들이 향수에 젖어 만든 곡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교향곡 중의 하나가 될 줄은 드보르자크 자신도 예견치 못했을 것이다. 또 다른 보헤미안, 말러(G.Mahler/1860-1911)를 살펴보자. 그는 생전에 지휘자로 더 유명했다. 드보르자크처럼 대륙을 넘나들며 빈 필과 뉴욕 필을 지휘했다. 작곡가로 말러가 알려진 건 그가 죽은 지 반세기가 지난 1960대의 일이다. 유럽이 아닌 미국에서 ‘말러 붐’이 일어난 것이다. 뉴욕 필하모닉의 후배 지휘자인 번스타인(L.Bernstein)이 말러 교향곡 전곡을 녹음한 것이 기폭제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천 필하모닉이 2000년 즈음에 전곡을 시리즈로 연주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로스코(M.Rothko)의 그림을 가까이서 보면 불안한 마음이 사라진다. 말러의 교향곡을 들어도 이처럼 마음이 치유된다고 한다. 이유가 뭘까? 말러는 어려서는 동생들의 죽음과 자살을, 결혼해서는 두 딸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다. 자신도 심장병을 앓고 있던 터라 그에게 죽음의 공포는 일상이었다. 그는 음악으로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말러의 교향곡은 가장 짧은 것이 55분(1번), 가장 긴 건 무려 100분(3번)에 이른다. 고전파 교향곡의 길이가 30분 안팎이니 최고 세배이상 길어졌다. 한편 8번 천인교향곡은 말 그대로 천명이 무대에 등장하는 대작으로 공연할 때마다 이슈다. 가장 유명한 5번 교향곡 4악장 아다지에토는 알마 부인에 대한 사랑고백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장례음악으로 익숙하다. 아무튼 말러는 요즘 가장 핫한 작곡가다. 예언대로 그의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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