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자리 잡은 경주출신 출향단체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동창회와 향우회, 대학출신별 모임, 동호회, 직업별로 보이는 직능단체 등 각양각색이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친목과 상호이익을 위해 결성돼 있을 뿐 고향을 위한 일에는 소극적이다. 경주고도보존회(회장 이정락, 변호사)는 출향인 단체 중 가장 분명한 목적을 가진 단체다.  ‘경주를 위한 단체’ 그중에서도 ‘고도다운 경주를 지키기 위한 단체’다. “경주는 천년 넘게 우리 민족의 역사적 문화적 활동의 중심지로서 겨레의 혼과 얼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따라서 세계적 역사도시 고도경주를 보존·발전시키는 일은 우리 겨레의 혼을 지키고 가꾸는 일이며 세계 인류에 대한 사랑의 바탕이다” 경주고도보존회가 내세운 ‘고도보존헌장’의 전반부다. 경주에 대한 중요성을 경주자체에 국한시키지 않고 인류사적인 가치로 내다보는 이 헌장이야말로 고도보존회의 정체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와 함께 경주고도보존회는 법적절차에 따른 고도보존, 주민의 재산권 침해 없는 고도보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함께 하는 고도보존을 실천 모토로 지향하며 이를 경주의 정치인, 사회단체, 시민들과 연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05년 10월 창립된 경주고도보존회는 경주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온 각계의 저명인사들은 모두 참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이정락 회장을 정점으로 한 경주출신 법조인들이 뜻을 모아 창립 작업을 주도했다. 회의 성격상 주로 법리적으로 따질 일이 많다보니 경주출신 법조인들이 대거 포함돼있는 것. 고도보존은 필연적으로 역사적인 사실과 고증을 우선시하는 만큼 경주출신 여부와 상관없이 고고학과 역사학계를 대표하는 석학들이 참여하고 있다. 문화도시 경주의 특성상 다양한 문화계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으로 이들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하는 이사진들이 포진함으로써 경주관련 사회단체 중 유일하게 정부나 지자체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경비를 조달해 운영되고 있다. 이정락 회장을 필두로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 등 13인의 고문과 박영복 전 국립박물관장, 이상림 공간건축 회장,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등 14인의 자문단, 최정필 세종대 석좌교수와 김정술·정주교·권은민 변호사, 이지태 한보이앤씨 대표이사 등 8인의 상임이사, 권택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현세 세종대 교수, 홍춘표 부남장학회 이사장, 변우희 전 관광학회 회장, 전명호 변호사 등이 참여하는 70여명의 이사진이 고도보존회를 함께 이끌고 있다. 경주고도보존회는 창립 이후 2006년 ‘경주 세계역사문화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하고 경주고도보존법 개선에 기여하는 등 다양한 입법 활동을 전개해왔다. 또 경주를 고도답게 보존하기 위한 다양한 강연회를 열었다. 매년 1회씩 정기적인 해외답사를 통해 해외사례를 확인하는가 하면 국내 주요 고도와 역사관련 유적지를 답사하고 지속적으로 경주를 방문하며 학술대회와 세미나를 열어 고도보존의식을 경주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최근에는 불국사 근처에 세워진 두산위브 아파트의 건축경위를 파헤치고 건설 이전부터의 불공정성과 원천무효를 제기하며 지나친 개발정책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또 지난 2월 신년교례회 때는 주낙영 경주시장에게 재차 두산위브의 문제점을 환기시키며 고도다운 경주 보존에 대해 각별한 당부를 거듭했다. 이정락 경주고도보존회 회장은 “고도보존이란 그 자체가 매우 어려운 반면 훼손하는 것은 순간적인 판단착오로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경주는 자랑스러운 조상을 모신 만큼 부끄러운 후손이 되지 않도록 고도보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입버릇처럼 고도보존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다. 그런 한편 경주고도보존회라는 이름만 보고 무턱대고 경주를 철옹성처럼 보호하자는 단체로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참된 고도보존은 현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 자체를 돌보고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는 의무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이정락 회장의 말에서 고도보존의 현대적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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