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몸과 마음으로 되어 있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를 하는 이유는, 이처럼 몸과 마음이 함께 할 때가 가장 건강하다는 걸 환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아니 달라도 너무 다르다. 산책을 할 때도 그렇다. 한 걸음 한 걸음 다리는 규칙적으로 움직이나 마음은 눈에 뭐가 보이냐에 따라 마구 흔들린다. ‘못 보던 카페가 생겼네, 언제 한번 가봐야겠다.’ 하고는 새로 생긴 카페에 다녀오질 않나, 뜬금없이 ‘어? 그러고 보니 내가 세금고지서를 어디 뒀더라?’ 하고 내일까지 납부해야 할 고지서 찾느라 집에도 다녀온다. 이 모든 작업이 마음에서 벌어지는 것이지만 그 동선(動線)은 다리가 하는 작업과 달리 비예측적이다. 몸속 마음은 웬만하면 몸과 함께 하질 않는다.  만약에 다리를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을 해 있다고 치자. 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불편한 상황이다. 병원에서 주는 저염식의 식사, 병원 특유의 답답한 공기, 쉬고 싶어도 본인과 상관없이 계속 켜져 있는 텔레비전 등은 맨 정신으로도 버티기 힘들다. 정신이 이상해지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정도다. 이렇게 보면, 몸과 마음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말인데...  밤새 타이핑한 리포트를  저장도 하지 않고  노트북 전원을 뽑아버렸을 때 정성 들여 다림질한 흰색 와이셔츠에  선명한 아메리카노 흔적을  발견하는 순간 우린 혼비백산한다 요즘처럼 날씨 좋고 꽃도 예쁜 대학 캠퍼스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학생들 몸은 강의실에 앉아 있는데 그 마음들은 봄바람 살랑대는 대로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학생들 눈빛만 보면 알 수 있다. 집중하고 있는 친구들은 강의를 듣는 내내 육체와 정신이 함께 충만하다. 학점도 분명 좋을 거다. 반면에 몸과 마음이 따로인 학생은 수업 내용이 미국으로 가면 본인 마음도 미국으로 날아갔다가, 생뚱맞게 내일 있을 미팅이 떠올랐는지 배시시 웃는다. 그러다가 아차, 내 손톱! 하고 미팅에서 예쁘게 꾸미려는 듯 정신은 손톱에 가닿는다.  이쯤 되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지 않나? 바로 혼비백산(魂飛魄散)이다. 혼이 날아다니고 (혼)백이 분산되는, 어지러이 흩어진 마음을 일컫는 말이다. 밤새 타이핑한 리포트를 저장도 하지 않고 노트북 전원을 뽑아버렸을 때가 그렇다. 정성 들여 다림질한 흰색 와이셔츠에 마시다가 흘렸는지 선명한 아메리카노 흔적을 발견하는 순간이 그렇다. 몸뚱이는 있는데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마음이 온데간데 없어진, 바로 그 상태 말이다. 당연히 건강하지도 않고 균형도 무너져버린 상태다.  사실, 불행이나 슬픈 예감은 육체와 마음이 서로 어긋나는 순간 시작되지 않던가? 발은 한발 한발 정상을 향해 디디는데 이미 눈은 정상에 가있으니 문제다. 눈으로는 산꼭대기든 회사의 가장 높은 자리든 금방 가닿아 있는데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과의 괴리만큼 괴롭다. 심장이나 폐, 다리 근육 어디 하나 꿀릴 게 없는 인간이 개와 달리기 시합만 하면 백전백패인 이유 중 하나는, 개는 그냥 냅다 달리기만 하는데 인간은 몸은 달리는데 마음은 그렇지 않아서 그렇다. 개는 온몸, 온 마음으로 달리는데, 인간은 ‘개한테 지면 안 되는데...’, ‘아, 거리가 만만치 않네, 숨이 턱턱 막혀오네’ 하고 엉뚱한 생각 하느라 정작 써야 할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못 쓴 결과란다.  그렇다고 몸과 마음은 조우(遭遇)할 수 없는 인연이냐 하면 또 그렇지는 않다. 치과병원 같은 데서는 우리 몸과 마음은 서로 껴안고 절대 안 떨어진다. 대기 중일 때는 몸 따로 마음 따로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이름이 불리고 진료용 의자에 앉아 턱받이를 하고 부터 평소 안 들리던 심장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마음이 육체적 변화를 기민하게 알아차리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다가 의사 선생님이 윙~ 하고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나는 기계를 이빨에 대는 순간부터 몸과 마음은 아주 착 달라붙는다. 일초 일초를 긴장한 몸과 그만큼 긴장한 마음이 함께 견뎌내는, 아주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문제는 치과처럼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육체와 정신을 일치시킬 수는 없을까 하는 점이다. 종교에서 묵상(默想)을 권하고 ‘알아차림’ 수행법을 제안하는 이유다.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녹록지 않는 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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