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북부동에 있는 경주읍성이 정비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향일문과 동성벽 324m 구간에 대한 복원을 마무리한 상황이다. 올해 경주읍성의 남은 동성벽을 복원·정비하고 2030년까지 북문인 공진문과 북성벽을 복원하면 또 다른 관광명소로 거듭날 것이라는 전망이 높은 동네다. 그러나 그런 시류와는 상관없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골목길은 언제나 정겹기 그지없다. 특히 이 동네 골목길은 경주 터줏대감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애환과 삶의 역사가 더욱 진하다. 북부동은 법정동으로 1986년부터 행정동인 중부동 관할하에 있다. 북부란 지명은 읍내의 북쪽에 있다는 데 연유한다. 유적으로는 집경전 터 등이 있으며 문화재로는 경주읍성(사적 96) 등이 있고 교육기관으로는 계림초등학교가 있다. 지난 13일 읍성 향일문에서 출발해 계림초등학교 뒷골목(봉황로)과 동산병원으로 이르는 골목을 걸어보았다. 5월의 산들바람이 뺨을 간질이고 햇살도 적당하게 여물어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이 골목들은 주로 봉황로와 북성로로 이뤄져있었다. -읍성 복원으로 상당수 주택이 헐려 나갔지만 옛 골목길이 구불구불 남아 있는 곳 많아 계림초등학교 바로 앞에는 50여 년째 문구점을 열고 있는 미나문구점(구 계림 문구)이 있다. 이 문구점은 영화 촬영장소로 제공되기도 한 명소로 계림초 터줏대감으로 아직 건재했다. 바로 옆에는 ‘숲이야기’라는 커피집이 문을 열고 있었다. 이윽고 깊숙한 골목으로 들어가 보았는데 읍성 복원으로 상당수 주택이 헐려 나갔지만 아직 옛날 골목길이 구불구불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 많았다. 단층의 주택들은 대부분 작고 낡아있었지만 사람 사는 정취는 여전했다. 빈 집들이 더러 보였지만 굳게 닫힌 대문 사이로 옛사람들의 흔적을 엿볼수 있었다. 어느 골목에서는 작은 텃밭에 푸성귀를 만지는 손길도 분주했다. 대추나무, 무화과 등의 유실수들과 한창인 장미들이 담장을 훌쩍 넘어 늦봄을 장식하고 있는 풍경은 여느 다른 골목들과 다르지 않았다. -공방점방 ‘베이킹클래스&디저트 샵’...“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 케익 만들어 드려요”  계림초등학교 맞은편 뒷골목 주택 중 몇 채는 나란히 비어있다고 했다. 간혹 집을 사려는 문의가 있지만 오랜 시간 빈집이라고. 그런 골목 한 켠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집을 만났다.  공방점방 ‘베이킹클래스&디저트 샵’ 이라는 작은 안내판을 문 앞에 두고 있는 공간이었다. 작고 소박한 간판이었지만 반갑기 이를데없었다. 제과제빵을 전공한 젊은 주부가 시댁의 주택 한 부분을 개조해 수강생교육 및 수제케익과 쿠키를 주문제작해주고 있었다. 이곳 작업장에는 고소하고 달큰한 쿠키의 향이 작은 공간에 가득했다. 주문물량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어뵈는 주인은 젊은 열정으로 땀을 훔치며 이 쓸쓸한 골목을 빛내고 있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플라워케익, 레터링케익 등 디자인 케익을 만들어 드려요. 메이플시럽과 슈가를 사용해 만드는 쿠키와 스노우코코넛볼 등의 쿠키도 만들구요” 홍조를 띤 앳된 얼굴이 참으로 예뻤고 부러웠다. 쿠키점방을 나와 할머니 한 분을 만나 같이 집까지 따라가보니 한옥 처마에 제비집을 못짓도록 비닐봉지를 주렁주렁 매달아두고 있어 한참을 올려다보았다. 연로하신 할머니가 제비집 시중을 들기가 힘에 부치는 까닭이리라. ‘외롭다’는 할머니와의 짧은 만남은 그 골목의 한 단상이었고 ‘현재’였다. -방송인 유시민씨가 살았다는 집은 굳게 문 닫혀있고 1985년 전통 한옥으로 지어진 대중목욕탕 ‘왕림탕’ 건재해 걷다보면 뚝 끊겨 막다른 골목에 이르기 일쑤였다. 그길에서 만난 ‘왕림탕’은 골목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한옥건물이 제법 웅장한 모습으로 이색을 더했는데, 대중목욕탕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1985년 전통 한옥으로 지어져 지금까지 인근 주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곳이라고 했다. 방폐물관리공단 뒤편으로 걷자 오래된 무화과나무가 기세등등한 집과 단청을 벽에 그린 기도명상소라고 써놓은 집을 만났다. 방송인 유시민씨가 살았다는 집은 굳게 문이 닫혀있었지만 정원은 잘 손질 돼있었다. 또 하나 반가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좁은 미로같은 골목길에서 유리병을 깬 파편으로 담벼락 위에 꽂아놓은 것이었는데 어린 시절 생각이 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골목 끝자락에서 경주에서 가장 오래됐다고 하는 흙담이 곧 쓰러질 듯 아슬아슬하게 빈집을 지키고 있었다. ‘대한노인회 경주시지부 성내동분회’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건물도 보여 예전 지명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읍성 향일문 뒤편으로 ‘카페 클레어’, ‘성문 마트’, ‘로렌의 다락’, ‘마이 네임 이즈’ 등 새로운 가게들 도열 읍성 향일문 바로 뒤편에는 거의 철거되고 얼마남지 않은 주택들 사이로 성곽과 성문이 공존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최근 새로 생긴 카페가 들어섰다. 읍성이라는 문화유산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이 특별할 것 같았다. 뒤편 대로변에는 이자카야집, ‘스시쿠리’, ‘성문 마트’, ‘로렌의 다락’ 등 옷가게 두 곳, ‘마이 네임 이즈’ 라는 기프트 샵 등의 제법 새로운 가게들이 도열해 있었다. 이들 중 ‘로렌의 다락’은 4월초에 개업했으니 한달째 영업중이다. “파우치나 휴지케이스 가방 등 핸드메이드 제품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생각보다 관광객이 아직은 많지 않아요” 상인들은 대체로 아직은 기대보다는 활기가 덜하다고 입을 모았다. 북성로에 있는 경주 읍성 ‘카페 클레어’는 수년전 주택을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깔끔하고 클래식한 분위기가 압도적인 품격있는 카페로 유명하다. 종일 빔프로젝트로 잔잔한 고전영화가 틀어지고 카페 곳곳에는 앤틱하고 모던한 찻잔들과 그릇들이 즐비한데 그들 모두가 훌륭한 인테리어다. -노포(老鋪) ‘한일국수공장’...전국적으로 납품하며 국수 만드는 일 한 지 50년째 조용하고 한적했던 골목길을 벗어나자 동산병원으로 가는 대로변에서의 자동차들의 행렬에서는 갑자기 전혀 다른 세상에 나온 듯 번잡했다.  어느 부동산 사무실에서 꽃을 내놓으려는 주인장을 만났다. “이 동네는 매물은 많은데 매매는 꼭 필요한 경우 즉, 가게 등을 할 경우에 만 거래가 있는 편입니다. 주택 가격은 많이 올라 있고요. 그렇지만 애초에 읍성 복원에 대한 기대에는 못미치고 있어요. 처음엔 젊은층에서 여러 업종의 시도가 있었지만 아직 시간이 걸리겠지요”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가게를 지나니 커피와 다양한 유기농 빵들을 즐길수 있는 ‘쿠키소리커피향기’라는 카페를 만난다. 그 옆에 ‘한일국수공장’이라는 허름한 간판이 또 눈길을 끈다. 크고 화려한 가게사이에 위치해 무심결에 지나치면 잘 알 수 없을만큼 작은 노포(老鋪)였다. 국수 만드는 일을 한 지 50년째라는 노부부는 마침 국수를 나무틀에 걸어 건조시키고 있었다. 가게 안은 밀가루의 밀 냄새가 진동했다. 옛날국수기계에서 그대로 국수를 뽑고 있었다. 오랜 시간동안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해 온 느낌이 그들의 온몸에서 풍겼다. “전국적으로 납품했지요. 손님들이 매끄럽고 쫄깃쫄깃하다고 해요. 무엇보다 소금 비율이 중요하지요. 요즘은 경주시민들과 아래시장, 위시장 등 식당에 납품하고 있어요” 이곳을 찾은 손님은 딸네집 간다면서 국수 6뭉치를 사갔다. “쫄깃쫄깃하고 옛날식으로 만들어 그 맛이 한결같습니다. 이 집 국수 먹다가 다른 집 국수는 못먹습니다” 동산병원 뒷골목에 삼호베어라는 오래된 맥주집도 여전했다. 문인들과 예술인들이 예전부터 즐겨찾던 맥주집으로 유명한 집이다. 맞은편 경주문화원쪽 골목으로 내려오는 길에 ‘자가제면’이라는 일본식 라면집이 나타났다. 마침 개업을 하루 앞두고 있어서 식사는 하지 못했지만 직접 면을 뽑아 라면을 제공한다고 해서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었다. 이 집의 면은 다소 거친 것이 특징인데 껍질을 거의 벗기지 않은 밀로 만들어 소화가 용이하다고 한다. 예전 면공장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주인장은 인심도 좋아보인다. 그 길 따라 커피 마시는 ‘아사달 카페’가 있고 ‘이재원 과자 공장’이 연일 성업 중이다. -골목마다에는 반드시 마음씨가 예쁜 사람들이 있습니다..., 낡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골목에서 별안간 빠알간 장미덩쿨이 파란색 작은 대문을 이고 있는 집이 눈에 띄었다. 넝쿨 장미아래 심어놓은 작은 꽃들은 알록달곡 골목을 화사하게 장식해주었다. 이 집의 주인을 만나진 못했지만 꽃을 아끼고 가꾸는 사람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이런 집들이 모여 살면 금새 골목이 환해진텐데..., 넋을 잃고 사진을 찍어댔다. 주인의 예쁜 마음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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