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여래의 사바세계를 둘러본 후, 아미타여래의 극락세계를 거쳐, 이제 비로자나불의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를 찾는다. 신라 진평왕 때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 연화장세계로 들어간 이가 있었다. 『삼국유사』 「의해(義解)」편 ‘사복불언(蛇福不言)’조에 나오는 사복(蛇福)이라는 스님 이야기이다. 원효와 함께 자신의 어머니 장례를 치르는 중에 사복은 다음과 같은 게송(偈頌)을 지어 읊었다. “그 옛날 석가모니불이 사라수 아래서 열반하셨네. 오늘도 그와 같은 이가 있어 연화장세계로 들려고 하네” 게송을 마친 사복은 띠풀을 잡아 뽑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풀뿌리가 빠진 흙구멍 밑으로 아주 아름다운 세상이 열려 있었다. 웅장한 산에는 기묘한 바위들이 솟아 있고, 여러 곳에 전각(殿閣)이 있는데 모두 7겹의 난간을 돌리고 칠보로 장식되어 있는 것이 인간 세상 같지는 않았다. 바로 연화장세계였던 것이다. 사복이 어머니 시체를 업고 그 속으로 들어가니 땅은 다시 합쳐지고 메고 갔던 상여만 남았다. 그런데 연화장세계가 땅속에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 동양에서는 지옥을 명계(冥界)·명부(冥府)·음부(陰府)라고 하는데 이는 모두 땅속에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지옥을 관장하는 신 하데스((hades)도 땅속에 있고, 영어의 지옥[헬(hell)] 역시 지하에 있다. 반면에 그리스 신화의 주신은 제우스(Zeus)인데 이 어원은 ‘하늘’을 뜻하는 디우스(dyeus)이다. 천국·극락도 모두 하늘에 있다. 그렇다면 연화장세계도 천상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화엄경에서는 향수해에 큰 연꽃이 있는데 이 꽃 속의 세계를 연화장세계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사복이 어머니를 업고 지하로 갔다면 길을 잘못 찾은 것이 아닐까?『고금창기』의 기록에 의하면 이 비로전은 18칸으로 지었으며, 그 일곽에 다른 부속건물은 없고 광학부도와 봉로대 1좌가 있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비로전을 현종1년(1660)에 중수하였으나, 조선 말기에 무너져서 터만 남은 것을 1973년 복원공사 때 현재의 건물을 지어서 비로자나불을 봉안하고 있다. 현재의 비로전은 정면이 5칸이고 측면이 3칸인데 뒤편에서는 6칸으로 기둥 간 사리[주간(柱間)]를 잡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구조이다. 비로전에 봉안된 비로자나불상은 원래 대웅전에 있다가 일제강점기에 극락전에 임시로 안치하였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 봉안하게 된 것이다. 비로자나불은 화엄종에서 주존으로 모신다. 그러니 이 불상은 불국사 창건 당시의 화엄법류사 본존이 된다. 이 불상은 통일신라시대의 금동불상으로 대좌와 광배는 없어졌으나 불신의 높이가 177cm로 국보 제26호로 지정돼 있다. 딱 벌어진 어깨, 넓은 가슴에서 몸의 실팍함을 느낀다. 굳건하고 굵은 목은 강인하고, 잘 생긴 얼굴에 의젓이 미소를 짓고 있다. 왼쪽 어깨에 걸친 법의가 한쪽 가슴만 가리며 흘러내려 허리에 감겨있다. 법의가 하반신을 다 가리는데 흘러내린 자락의 주름이 자연스러워 부드러운 비단을 걸친 듯이 느껴진다. 그런데 수인이 일반적인 지권인과는 반대로 오른손이 아래, 왼손이 위로 올라가 있다. 비로전 서편 보호각 속에 광학부도가 있다. 부도는 고승(高僧)의 사리를 모시는 일종의 석탑이다. 이 부도는 독특한 형태와 정교한 조각으로 다른 데서는 그 예를 볼 수가 없다. 이 부도는 1905년 일본으로 무단으로 반출되었다가 1933년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이 부도는 겉모양이 석등과 비슷한데 팔조사(八祖師)의 사리를 모신 광학부도라는 것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바로 이 부도를 지칭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누구의 부도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감실의 불상 양식이나 중대석의 구름무늬 그리고 탑신부의 기둥모양 윤곽선 표현 등에 비추어 통일신라시대 후반기의 양식을 계승한 고려 초기의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조는 상대석, 중대석, 하대석에 탑신과 옥개석을 얹은 형태이며 육각형의 땅을 덮은 돌 위에 연꽃받침을 하고 구름문양을 양각으로 새긴 기둥을 세웠다. 그리고 그 위에 탑신을 얹고 지붕돌을 덮었다. 탑신 사방에는 감실을 파고 여래좌상 2구와 보살입상 2구를 새겼으며, 위에는 구름인 듯한 장막이 드리워져 있다. 문화재청에 ‘불국사 사리탑’으로 등록돼 있으며 현재 보물 제61호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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