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 극락전에는 좌우에 협시보살을 두지 않고 주불(主佛)인 아미타불만 모시고 있다. 그 대신 불상 뒤편 벽면 중앙에 아미타불과 좌우로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그린 아미타삼존도 벽화가 있다. 아미타불에게는 자비문(慈悲門)과 지혜문(智慧門)이 있는데, 관음이 자비의 문으로써 중생을 제도한다면 대세지는 지혜의 문으로 중생을 제도한다. 대세지보살은 지혜와 광명으로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비추어 지옥·아귀·축생의 삼악도를 여의게 하고 무한한 힘을 줌으로 대세지라고 한다. 관음보살은 손에 보병을 들고, 보관에 화불로 아미타불을 나타내는 데 비해, 대세지보살은 보병이 새겨진 보관을 쓰고, 손에는 연꽃을 들거나 합장을 하기도 한다. 연꽃은 중생이 본래 갖춘 불성(佛性)을 의미한다. 극락전의 오른쪽에 보이는 벽화가 반야용선도이다. 반야용선은 중생들이 죽어서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건너갈 때 타는 배이다. 이 배를 타고 가는 것은 지혜의 완성을 향해 가는 길이자, 극락으로 가는 길이다. 반야용선의 선장은 인로왕보살로 사바세계의 중생들이 극락으로 가는 길을 인도해 준다. 벽화에 보이는 나루에는 아미타삼존불께서 마중 나오시는 모습과 하늘에서 비천(飛天)이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이 표현돼 있다.
극락전 천정 아래에는 벽화로 선녀도가 그려져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는 성덕대왕신종에 새겨진 비천상이 신라를 대표하는 것이라면 이 선녀도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벽화이지만 안타깝게도 훼손이 심하다. 극락전에서 법화경의 영산불국을 상징하는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이 계단은 아미타불이 전생에 수행자 시절 세웠던 48가지 서원(誓願)을 상징하는 것이다. 까마득하게 오래전 세자재왕불(世自在王佛)이 세상에 나타났을 때 그 나라에 교시가(憍尸迦)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보리심을 발하여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법장비구(法藏比丘)가 된 후 세자재왕불 앞에서 48원을 세우고 그 소원이 성취되어 성불(成佛) 하였으니 그가 곧 아미타불이시고 그 부처님의 교화하시는 국토가 극락세계이다. 48 서원 가운데 중요한 것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내가 부처되는 국토에는 삼악도(三惡道)의 불행이 없을 것, 번뇌의 근본이 되는 ‘나’와 ‘내 것’이라고 고집하는 소견을 일으키지 않을 것, 이생에서 바로 부처를 이룰 것, 목숨이 한량이 없을 것, 어떤 중생이라도 지극한 마음으로 열 번만 내 이름을 부르면 반드시 정토에 태어나서 열반에 이를 때까지 복을 누리게 할 것, 보리심을 내어 여러 가지 공덕을 닦고 지극한 마음으로 원을 발하면 그가 죽을 때 내가 대중들과 함께 가서 그 사람을 영접할 것 등이다. 법장비구는 그 후 열심히 수행을 하여 서방정토의 48가지 서원이 충족된 극락세계를 관장하는 아미타불이 되셨다. 계단이 3열로 된 것은 상품(上品), 중품(中品), 하품(下品)의 3품 세계를, 각 열에는 16계단식 모두 48계단이 되는데 이것이 48대원을 상징하는 것이다. 법당에서 가운데 문은 어간문이라고 해서 큰스님이 출입하고 일반 신도들은 좌우에 있는 문을 통해 출입하는 것이 예의인데, 여기에 있는 48원교도 가운데 통로는 비워두고 좌우에 있는 통로로 다니는 것이 사찰에서의 예의이다. 이제 극락전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하니 아미타경에서 말하는 ‘자성미타 유심정토(自性彌陀 唯心淨土)’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내 마음의 본래 자리가 아미타여래이고 내 마음이 정토 즉 극락을 만들어간다는 의미이다. 또『80화엄경』「보살설게품(菩薩設偈品)」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다. 일체의 모든 것은 오직 이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요즈음 삶이 모두 고단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극락이 내 마음속에 있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겨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