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5일 국내외 원전해체시장의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원전해체연구소를 경주시에 ‘중수로해체기술원’, 부산·울산 접경지역엔 ‘경수로 원전해체연구소’로 각각 설립한다고 발표하자 경주지역사회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경주시의회는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고 “경수로·중수로 연구소로 분리해 설립하는 것은 원해연 본래의 기능을 무시하고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최악의 결정이다. 정부의 이번 분리 결정은 수용할 수 없는 만큼 즉각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15일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에 필요한 사전업무협약(MOU)에 항의의 의미로 참석하지 않았다는 김석기 국회의원도 이번 결정은 정치적인 결과물이라며 정부의 결정에 반발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주낙영 경주시장도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앞으로 중수로해체기술원 유치로 지역에 원전산업의 전 주기 시설을 갖추게 됐고, 원전해체산업 육성과 원자력안전의 종합R&D 허브 조성의 계기를 마련했다”면서 향후를 모색했다. 지금 경주사회에선 지난 2014년부터 원해연 유치를 위해 충력을 기울여왔지만 결국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는 여론까지 나오고 있다. 지역 정치권과 경주시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은 국내외 원전 중 경수로 원전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국내 원자력발전소 30기 중 경수로 원전은 26기, 중수로 원전은 경주에 있는 4기가 전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가동 중인 전 세계 원전 450기 가운데 중수로 원전은 10개국 63기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중수로해체기술원이 들어서는 경주로서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의 결정을 보면서 확연히 드러난 것은 경주가 한수원 본사와 방폐장을 관리하는 환경공단 본사가 있고 원자력발전소와 고준위폐기물이 넘쳐나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 결정을 두고 지역 정치권에선 정치적인 안배라곤 하지만 결국 경주가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가 중수로해체기술원을 경주에 줬다고 다른 국책사업이나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대형사업 선정에 배제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정부는 30년 동안 원자력과 함께 해온 경주시민들의 속앓이를 알기는 하는지 정말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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