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살인, 섹스 등 현실에서 억압으로 충족되지 못했던 욕망이 금기와 윤리의 벽을 넘어 작품 속에서 거침없이 표출된다. 꿈이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카타르시스와 비윤리적 욕망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행위와 사고에 대해 표현하는 이지현 작가. 그녀의 ‘Dream Cocktail’ 展이 오는 23일부터 6월 23일까지 두 달간 경주예술의전당 갤러리 달(B1)에서 펼쳐진다. 경주작가릴레이전 두 번째 주자로 나서게 된 그녀는 이제 막 작가의 길에 접어든 스물다섯의 당찬 신진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추상회화, 텍스트 드로잉,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며 인간의 절제된 사고를 이야기한다.
내가 매춘을 하게 된 건 그리 놀랍다거나, 의외라거나, 충동적인 것은 아니었다. 희미한 그 날의 기억 중 선명히 기억나는 것들을 먼저 읊어보자면, 내가 5층 건물의 작업실에서 붓끝에 화려한 원색의 색감을 덕지덕지 묻혀서 캔버스 위에 마구잡이로 찍어 발랐다는 것과 낮 세시의 햇볕이 꽤 따뜻했다는 것, 그리고 가을인 만큼 지저분한 긴 팔 작업복과 앞치마를 입고 있었다는 것 정도이다. 그날은 약간 우울했고, 나태했으며, 무언들 집중이 되지 않았다. -2018.8. 꿈 기록 中
꿈을 기록하고, 기록한 글을 통해 상기되는 이미지를 선명도로 선별, 작업에 옮긴다는 이지현 작가는 ‘꿈속 세계’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작가는 단순히 꿈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꿈속 세계’의 사건이나 대상, 그것을 통해 느낀 이미지 사이의 유사성을 근거로 전달할 수 없는 특유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그 텍스트를 발판으로 작품 활동을 풀어내고 있다. 또래 친구들과 조금 다른 정서와 사고를 가졌던 작가는 고등학생 시절 누구보다 암울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친구들과 같은 환경에서 다른 생각을 하는 저 자신이 저를 힘들게 했어요. 해결 방법이 뚜렷이 있는 것도 아니었죠”
외롭고 힘들 때마다 보이는 것을 기록하고 드로잉하며 우울감을 조금씩 해소해 나갔다는 작가는 암울했던 학창시절을 자양분으로 삼아 이제는 예술가로써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사회는 틀 속에서 정당성과 윤리성을 강조하지만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에서는 다양한 딜레마를 생성해 냅니다. 매춘, 동성애, 살인 등 더 이상 윤리적 차원에서 치유될 수 없는 상황들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요즘입니다”
대학시절 윤리학 강의를 통해 윤리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는 작가는 어쩌면 도덕적 윤리에 어긋난 행위들을 작품을 통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만큼은 비논리적인 꿈속 세계로 고스란히 소환돼 현실 속 억눌린 욕망을 다양한 장르로 표현하는 이지현 작가. 앞으로 사회의 변화에 따른 인간의 감성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뜨거운 열정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찾아 나서는 아름다운 청년 예술가. 그녀의 내일을 응원한다.
이지현 작가는 1995년 경기도 부천에서 태어났다. 올해 2월 동국대 미술학과(회화전공)를 졸업하고 현재 홍익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작가와의 만남은 4월 24일 오후 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