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無窮花)는 우리나라의 국화(國花)이다. 여름날 아침 이슬을 머금고 햇살을 받으며 차례차례로 피어나는 무궁화는 참으로 신선하고 아름답다. 우리나라에 무궁화가 많이 자라고 있다는 기록은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에 저술된 동양 최고의 지리서「산해경(山海經)」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군자의 나라에……훈화초가 있어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진다(君子國……有薰化草 朝生暮死)’고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군자국은 우리 나라를 가리킨 것이고, 훈화초는 무궁화의 한자명이다. 이로 미루어 우리 나라에 무궁화가 자라고 있었던 것은 2천년이 훨씬 넘는 아주 오랜 옛날 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나라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신라 시대의 것으로 신라를‘근화향(槿花鄕)’즉‘무궁화의 고장’이라고 표현했으며, 외국에 보내는 문서에도‘근화향’이라고 했으니 이 때부터 무궁화가 나라 꽃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고 볼 수 있다. 무궁화는 우리 민족과 어려움을 함께 겪은 민족의 정신이 담긴 꽃이라는 사실 외에도 은근하고 겸손하며, 아침에 피어 저녁에 지는 것은 영고무상한 인생의 원리를 알려 주고, 여름부터 가을까지 계속 피니 군자의 이상과 지칠 줄 모르는 민족성을 나타내는 꽃이라고 말한다. 또한 전국 어디서나 어떠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고 뿌리를 잘 내린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무궁화가 진딧물이 많고 꽃이 질 때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싫어한다. 진딧물이 많은 것은 나뭇잎에 독성이 없기 때문이다. 무궁화 잎은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 구황식물이며, 장기와 피부의 각종 질환에 잘 듣는 약용식물이기도 하다. 진딧물은 1년에 한 두 번 정도 약제살포로써 충분히 구제 할 수 있으며, 정원에 장미를 가꾸는 정성의 3분의 1정도만 기울이면 진딧물 걱정없이 깨끗한 꽃을 피울 수 있다. 또한 무궁화가 지는 모습을 오히려 깨끗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다른 나무의 꽃잎처럼 바람에 산발하여 자기의 몸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어지럽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궁화는 지기 전에 꽃잎을 봉우리처럼 단정하게 도로 오무린 다음 고운 자태로 있다가 송이채 꼭지가 빠지면서 소리없이 생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나라꽃인 무궁화를 많이 심기는 심었지만 올바르게 가꾸지 못하였다. 전국에 학교나 공공기관이 많이 있지만 제대로 굵게 높이 자란 무궁화가 없다. 한 그루씩 심어서 크게 키우면 얼마든지 아름다운 꽃을 넉달도 넘게 피울 수 있는데도 울타리나 정원의 한쪽 모퉁이에 무더기로 심고 자르고 또 자른다. 기존에 심어 놓은 무궁화는 아랫부분의 가지를 잘라주어 외줄기로 높게 자라게 하고 비료를 조금씩 주면 멋진 수형의 큰 무궁화 나무가 된다. 현재 100여 가지의 품종이 개발되어 마구잡이로 심겨지고 있는 것도 문제인데, 가급적이면 우리의 아름다운 토종 무궁화인 배달, 백단심, 적단심, 자단심 계통을 심어야 한다. 필자가 몇 년 전에 이태리 로마에 갔을 때 시가지의 어느 가로에 무궁화 꽃이 만발한 가로수를 보고 너무나 놀랐으며 정말 인상적이었다. 우리 경주에도 일부 가로변에 무궁화가 심겨져 있으나 왕벚나무 아래에 초췌하게 나열되듯이 심겨져 있는 것을 볼 때 이상한 생각이 든다. 큰 나무 아래에서는 꽃도 잘 피우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본 국화에 짓눌린 우리 나라꽃을 볼 때 그 상징성이 너무나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 이러하듯이 나라꽃 무궁화 푸대접의 사례는 여기저기에 많이 나타난다. 앞으로 경주에 새로 개설되는 도로에는 무궁무진하게 피어나는 무궁화꽃들이 또 하나의 관광명소가 되고, 현대의‘근화향(槿花鄕)’이 될 수 있도록 무궁화 가로수 심기를 적극 권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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