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장만한 텃밭에 복사꽃이 만발했다. 봄에 피는 모든 꽃이 다 예쁘지만 화사한 복사꽃을 마주하고 있으면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고 극락이다. “복사꽃 능금꽃이 피는 내 고향…” 노래를 흥얼거리며 일손을 멈추고 불국사 극락전을 다시 찾았다. 아미타불을 모신 법당이 사찰의 주된 전각일 경우에는 극락보전·보광명전·무량수전이라고 하는데 이곳 불국사와 같이 부속 전각일 경우에는 극락전이라고 하며 아미타전·미타전이라고도 한다. 아미타불은 서방극락세계에 계시면서 중생에게 자비를 베푸는 부처님으로 무량수불 또는 무량광불이라고도 한다. 아미타부처님의 광명은 끝이 없어 백천억 불국토를 비춘다고 하여 무량광불이라 하고, 수명 또한 끝이 없이 백천억 겁으로도 헤아릴 수 없다고 하여 무량수불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아미타불을 모신 전각 앞에는 탑이 없다. 그 이유는 아미타불은 수명이 끝이 없으니 열반에 드신 적도 없다. 따라서 불사리를 모신 탑을 조성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극락전은 임진왜란 대 불타버린 것을 영조 26년(1750년)에 중창했으며, 1925년 일제강점기에 다시 중수한 전각이다. 이 전각 안에 모셔진 금동아미타불은 국보 제27호로 지정돼 있다. 『삼국유사』와 『고금창기』 및 ‘최치원의 찬기’에 의하면 비로전의 비로자나불과 함께 진흥왕 때 왕의 모후 지소부인을 위해 주조한 것이라고 하나, 학계에서는 김대성이 불국사를 중창할 때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미타’는 산스크리트어로 아미타유스[Amitayus, 무한한 수명을 가진 것] 또는 아미타바[Amitabha, 무한한 광명을 가진 것]라는 말에서 온 것으로 한문으로 아미타(阿彌陀)라고 음역했고, 무량수(無量壽)·무량광(無量光) 등으로 의역했다. 아미타불은 과거에 법장이라는 보살이었는데, 깨달음을 얻어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원을 세우고 오랫동안 수행한 결과 그 원을 성취해 지금부터 10겁(劫) 전에 부처가 돼 현재 극락세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아미타불은 대승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부처로 정토사상의 발달과 함께 중국·한국· 일본뿐만 아니라 인도 및 서역 등에서 일찍부터 널리 퍼졌던 것 같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아직 아미타불의 상을 만든 예가 없으며, 중국의 경우는 650년경 아미타 신앙이 널리 유행하기 시작하여 7세기 후반에 이 불상이 많이 제작됐다. 그 형상에는 단독상과 삼존상이 있는데, 보통 아미타9품인의 수인을 하고 있다. 삼존상의 경우 가운데 아미타여래 좌우로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협시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대세지보살 자리에 지장보살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곳 극락전 안에 모시고 있는 아미타불은 단독상으로 나발의 머리 위에 큰 육계가 솟아있고 풍만한 얼굴과 높은 코에 두 눈은 똑바로 앞을 바라보고 있어 자비와 위엄이 넘치고 있다. 목에는 삼도가 뚜렷하고 가사를 왼쪽 어깨에 걸친 편단우견을 하고 수인은 중품하생인이다. 불상 등쪽에 광배를 부착했던 고리가 있다. 원래 있었던 광배가 없어진 시기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1900년 무렵에는 극락전을 위축전이라고도 하였다. 위축전은 조선왕조가 태평무사하기를 기원하기 위해 이름난 절에 전각을 짓고 기원하던 원당인데 축하전, 성수각이라고도 했다. 조선조는 억불정책을 고수했다고 하지만 일부 사찰에서는 왕실을 위한 기원이 계속되었고, 상궁을 이름난 절에 파견하여 머물면서 기도를 하게 하기도 했다. 극락전 현판에 가려 눈에 띄지 않았던 돼지 상이 돼지 해인 2007년(정해년)에 우연히 발견돼 언론에 보도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크기는 길이 50㎝ 정도로 나무로 다듬어졌으며 황금빛을 띠고 있다. 조선 후기 재건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떤 이유에서 돼지를 이 위치에 조각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후 현판 뒤에 숨어 잘 보이지 않는 복돼지를 누구나 쉽게 보고 만질 수 있도록 극락전 앞에 자그마한 복돼지상까지 만들었다. 특히 금년 기해년은 황금돼지 해이다. 한때 이 복돼지 상 앞에서 행운을 빈 사람이 로또 1등에 당첨됐다는 풍문이 떠돌기도 했다. 인도에서 범천(梵天)의 하루를 1겁이라고 하는데, 곧 인간세계의 4억3200만년이다. 또, 둘레가 40리인 성(城) 안에 겨자씨를 가득 채워놓고 천인(天人)이 3년마다 한 알씩 빼내어 모두 없어질 때까지의 기간이라고도 하고, 둘레가 40리 나 되는 바위를 천인이 비단옷을 입고 3년마다 1번씩 스쳐서 그 돌이 달아서 없어질 때까지의 기간을 1겁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