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가 본고장인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이자 유네스코 지정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처용무 강연이 지난달 16일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중요도에 비해 경주 전반의 인식이 현격히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처용무는 경주출신의 인간문화재 김용(87) 선생이 전수자로, 경주에서 김용목 선생이 이수자로 활동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경주에서 처용무를 중심으로 한 강연이나 공연, 학술대회 등은 전무한 상태다.
김용 선생에 따르면 오히려 처용무 전승이 서울 종로구에서 더 활발히 일어나 종로구 지원 아래 종로구 문화센터 프로그램으로 이론과 실기를 전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에서 시작한 강연활동은 매월 둘째·넷째 토요일 하루 2시간씩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경주지역에서 전통 한국무용을 전공하거나 한국무용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전문인들을 대상으로 치러지고 있으며, 김용 선생이 이론은 물론 노구를 이끌고 직접 실기까지 지도하고 있다. 장소는 배동 소재 문화공작소. 현재 처용무 이수자인 김용목 선생이 수강생 8명을 함께 지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강의는 시의 지원이나 문화단체 혹은 기업 지원이 전혀 없이 오로지 김용 선생 개인의 사비로 운영되고 수강료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져 각계의 관심이 요구된다.
김용 선생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처용무 전수는 전수자의 의무사항이고 작으나마 정부로부터 전수자로서 활동비도 받고 있기 때문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의사를 표명했고, 이런 이유로 경주시나 경상북도에 아무런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떤 무형문화재이건 전수자 개인의 책임으로 전승돼서는 안 되고 관련 지자체나 정부가 책임지고 보전하고 계승·발전시킬 의무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편 김용 선생은 중요무형문화재 1호이자 역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인 종묘제례악 전수자이기도 한데 조만간 종묘제례악의 원형회귀를 위해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용 선생은 종묘제례악이 일제강점기 일본이 주도한 이왕직 아악부에서 현격히 훼손된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하며 오랜 기간 이를 바로 잡기 위해 활동해 왔다.
“일제는 우리나라 행사의식 중 가장 중요한 종묘제례악을 왜곡 변형해 ‘제후국’ 행사로 전락시켜버렸습니다. 엄연히 이론과 실제가 존재하는데 이것을 모른 채 잘못 전승돼온 의식을 바로잡지 못한 채 흉내만 내는 것은 조상에 대한 모독이고 후손에 대한 책임회피입니다”
김용 선생은 자신의 주장이 기득권에 빠진 국악계와 문화계의 철저한 방벽으로 인해 차단되고 있고 정부에서는 이에 대해 관심조차 가지고 있지 않고 있다며 개탄하고 있다.
특히 김용 선생은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무형문화의 최고 가치인 종묘제례악은 아직 독립조차 못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범국민 서명운동, 청와대 국민청원 등 백방으로 노력할 것이라 천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