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잘아질 듯 그저 막막해 보이기만 한 자녀로 모습이
바라만 보아도 내 눈에 눈물을 가득 고이게 하던 여인
"그것 버리실거라면 저 주세요"
어른옷 아이옷 조심스레 골라와서는 "얼마예요"
묻는 말에 목이 메어 대답조차 나오지 않게 하던 여인
그러나 그서은 우매한 내게 비춰진 겉모습일뿐
가난한 이웃을 돌보는
베푸는 모습이 아니라 같은 모습으로 더불어 사는
그들의 가난한 이웃이었습니다. 처녀의 몸으로
필요하다 싶은 것 모아 부끄러운 마음으로 준 것
뿐인데 드릴 것은 이것뿐이라며 무며 감자며
야채를 한아름 안고 오는 마음이 넉넉한 여인
사랑스런 사람을 만나고 싶으십니까
경주YWCA아나바다 나눔터로 오세요.
헌옷이 있는데 드려도 돼나요 좋은 것은 아니고
많지는 않지만
깨끗이 세탁해 곱게 다려서 상자에 차곡 놓어서
보내 주던 목소리가 유난히 곱던 여인
우리 아이들 옷인데 작아서 가져 왔어요 다른 옷으로 바꿔가면 안되나요
얼굴이 빨개져 수줍어 하며 고운 보자기로 싸온 옷을 내밀던 알뜰한 여인
할머니 손에 맡겨 제데로 돌보지 못해 마음 아파하며
아이들의 옷을 두 가방 가득 사서 들려 보내며 몹시도
행복해 하던 아빠
멋있는 청바지 좀 골라 주세요.
오늘도 내 사이즈는 없어요 볼멘 소리로
그러나 환안 미소로 우리를 밝게 해주는 뚱뚱이와
홀쭉이의 두 청년
자기는 이게 어울리는데
나는 이게 어때
3,000원 짜리 양복 한 벌로 마냥 행복해 하던 초년생 부부
노을진 들녁의 시골 내음이 맡고 싶으세요.
경주YWCA아나바다 나눔터로 오세요.
500원 짜리 스카프도 깍아 달라고 조르는,
그것도 모자라 덤으로 끼워 달라는 할머니
오면 가며 들려서는 이것 저것 간섭하시며 많이 꽤나 많으신 할머니
손자들이 오면 편안한 옷으로 갈아 입혀야 겠다며
알록달록 빨강 파랑 노랑 옷으로 고르시며 즐거워 하시는 할머니
헌옷 한 보따리 가져 와서는 풀어 놓으시고
몇가지 마음에 든다며 고르신 옷을 계산해 주시고
군것질까지 챙겨 주시는 YWCA의 이사님들
오시렵니까 이분들을 만나려.
아니
또 다른 당신만의 모습으로 이곳을 채우시지 않으시렵니까
오세요 내일은
당신으로 인해 행복하고 싶습니다.
김 순 옥 숙명여자대학교 국문과 졸
경주YWCA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