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란 문화예술, 생활 양식, 공동체적 삶의 방식, 가치 체계, 전통 및 신념 등을 포함하는 사회나 사회 구성원의 고유한 정신적·물질적·지적·감성적 특성의 총체를 말한다” ‘문화기본법’ 제3조에 명시된 문화에 대한 정의이다. 이 법의 제4조는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문화권)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5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나열하고 있다. 경주는 스스로도 그렇지만 다른 도시에서 흔히 ‘문화도시’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는 경주의 역사성을 바탕에 둔 넓은 의미의 문화도시라는 용어의 선택일 것이다. ‘지역문화진흥법’은 “‘문화도시’란 문화예술·문화산업·관광·전통·역사·영상 등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문화 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정된 도시를 말한다”라고 설명하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는 제2차 문화도시 지정 신청·접수계획을 공고하고 오는 6월 접수를 받는다. 경주문화의 총체라 할 수 있는 기관은 ‘경주문화원’이다. 역사를 더듬어 보면 경주시와 월성군(1989년 ‘경주군’으로 변경되었다가 1995년 경주시와 통합)으로 나뉘어 있던 때, 1964년 경주시 문화원이 설립 되고 1967년 월성군 문화원이 각각 설립되었다가 1995년 시·군 통합이 되면서 문화원도 통합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경주문화원은 이름 그대로 경주의 문화를 모두 아우르며 연중 약 30개 분야에 이르는 단위사업을 1년 내내 이어가고 있다. 또 조선시대 경주관아의 모습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향토사료관도 상설 개장하고 있다. 경주시의 절대적 지원을 바탕으로 시행하는 여러 사업은 우리 지역 문화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자체적으로도 문화재청에 공모하여 시작한 ‘경주 문화재 야행’은 대표적인 전국행사로 굳혀졌으며, 이미 15회 째를 이어 온 ‘전국연날리기대회’는 연에 대한 기록상의 시발지인 경주의 위상을 한껏 높이고 있으며, 우리나라 최고 연날리기 대회로 자리매김 하였다. 아울러 지금까지 한문으로 된 여러 전적류를 번역하고 전문성 있는 책과 향토문화연구 학술지를 매년 펴내는 등 지역문화의 다양성을 견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일들을 진행해 나가는 직원은 몇 명일까? 고작 3명(사무국장, 과장, 직원)이 전부이다. 무보수로 봉사하는 원장이 거들고 때때로 쓰는 일용직이 있다하더라도 이는 놀라운 일이다. 우리나라 231개 문화원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고 있는 강릉문화원은 경주문화원 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웃도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직원 수는 4개 팀에 무려 20명이 넘는다. 결국 비슷한 양의 사업을 펼쳐 나는데 비해 경주문화원은 1명이 7명의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왜 이지경이 되도록 몰랐을까? 문화도시의 문화시민을 자처하는 우리 모두의 관심 부족이라 생각한다. 한 술 더 떠서 6억 원의 빚이 경주문화원에 지어져 있다면 모두가 의아해 할 것이다. 사업을 방만하게 운영해 그렇다면 손가락질을 받겠지만 지난 1986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경주문화원의 사무실(경주시 소유)을 제외한 여타의 시설에 대한 임대 사용료이기에 말문이 막힐 노릇이다. 경주문화원(옛 경주박물관)이 있는 일대는 지금의 경찰서, 법원, 검찰청, KT & G, 경주상공회의소, 소방파출소(옛 소방서), 삼락회(옛 교육청) 등과 더불어 조선시대 경주읍성의 핵심 행정지역으로 관아가 있었던 곳이다. 해방이 되고 경주의 행정타운 역할을 하다가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문화원 부속시설은 중앙정부인 기획재정부 소유로 되어 있다. 이에 따라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2001년부터 2월부터 2002년 2월까지 연간 사용료로 1억 5백 90십만 원을 부과하고 지금까지의 미납 연체료까지 합하면 6억 원가량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차 부과 후부터는 ‘지방문화원진흥법’에 근거해 지난 2018년 10월 1일까지의 무상임대로 사용해왔다. 당장 오갈 데 없는 딱한 처지여서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무상사용 연장 신청을 하였으나 6개월이 경과한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고 묵묵부답이다. 사실상 경주문화원은 정부 건물을 무단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 언제 또다시 건물을 비우라는 최고장을 받을지 임대사용료를 내라는 독촉장을 받을지 가슴을 졸이고 있다. 경상북도 내 23개 시·군 문화원 가운데 자체 건물을 가지고 있는 곳은 포항과 영천 2개 문화원이며, 경주를 제외한 나머지 문화원은 지자체인 시·군에서 제공하여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11개 문화원은 시·군에서 단독건물을 지어서 제공하고 9개 시·군은 복합건물을 무상임대하고 있다. 사업활동의 양과 질로 보아 우리나라의 대표 문화원이자 경북 최고의 경주문화원임에도 불구하고 이 지경이니 어찌 우리가 문화도시라 자처하겠는가. 지난 민선 6기 경주시장의 공약사항 가운데 하나가 ‘문화원 원사 건립’이었다. 건립 기본계획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노력은 하였으나 임기 4년 동안 분분하게 논의만 거듭하다가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되고 말았다. ‘지방문화원진흥법’ 제15조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방문화원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보조할 수 있으며, 재산과 시설을 무상으로 대여할 수 있음을 법으로 정하고 있다. 경주시의 ‘경주문화원 지원 육성에 관한 조례’ 제4조도 경주시장은 문화원을 지원·육성해야하며, 필요한 재산과 시설을 무상으로 대여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정해 두었다. 제도는 있으되 운영이 되지 않는다면 없으나 못한 일이요, 잘한다고 칭송만 자자할 뿐 일손이 없다면 안하나 못한 일이다. 봄꽃 만발하는 희망의 계절에 ‘문화’의 꽃도 피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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