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지극히 즐거운 곳을 극락·안양·안락·연화장세계라고 한다. 기독교에서는 죽은 사람이 가는 이상적인 세계가 천국·천당이다. 장자가 그리는 이상향으로는 생사가 없고 시비가 없으며 지식도, 마음도, 하는 일도 없는 참으로 행복한 곳이 무하유향(無何有鄕)이다. 고대 중국의 황제(黃帝)가 꿈속에서 노닐던 곳으로는 이해타산이나 애증, 지배 복종 등이 없는 이상향은 화서국(華胥國)이다. 도가(道家)에서는 신선이 사는 별천지로 동천(洞天)이 있다. 도연명은 전란이나 다툼이 없는 복숭아꽃 핀 평화로운 마을을 무릉도원(武陵挑源) 또는 도화원(挑花園)이라 했다. 5년 전 중국 양삭의 세외도원(世外桃源)을 찾은 적이 있다. 도연명의 무릉도원과 같은 의미를 가진 곳이다. 하지만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억지를 부리고 있는 듯하여 실망스러웠다. 유럽 사람들은 남아메리카에 순금으로 길이 포장되어 있고 온몸에 금가루를 바른 사람들이 산다는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El Dorado)가 있다고 믿었다. 그 외의 이상세계로는 에덴동산, 파라다이스(Paradise), 귀허(歸墟), 낙원(樂園) 등이 있다. 첫새벽이다. 한승원의 소설 ‘초의(艸衣)’를 읽다가 늘 하던 대로 물을 끓여 녹차를 우린다. 다음은 추사가 초의선사에게 보냈다는 다선송(茶禪頌)이라는 시이다.靜坐處, 茶半香初(정좌처 다반향초), 고요히 앉은자리 차를 반이나 마셨는데 향은 처음과 같고 妙用時, 水流花開(묘용시 수류화개), 고요히 시간이 흐르는데 물이 흐르고 꽃이 피더라 찻잔을 앞에 놓고 추사의 이 글귀를 음미하다 보니 내가 있는 이 자리가 바로 극락이다.『불국사고금창기』에는 극락전 주변에 극락전 12간, 동장랑(東長廊) 18간, 서장랑, 18간, 전후 행랑 26간, 안양문 6간, 광명대 1좌, 봉로대 1좌, 칠보교·연화교, 구품연지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현재까지 동장랑은 복원되지 않았다. 극락으로 가기 위해 연화교(蓮花橋)와 칠보교(七寶橋)를 건너다. 연화교와 칠보교는 국보 제22호로 과거 일반 중생이 다니던 곳이다. 아래쪽에 있는 계단에는 연꽃이 새겨져 있어 연화교라고 한다. 연꽃 문양이 심하게 마모가 되어 약간의 흔적만 보이지만 안양문에서 내려다보면 선명한 연꽃 문양을 볼 수 있다. 10개의 계단으로 된 연화교는 아미타불의 48대원의 18번째인 ‘십념왕생(十念往生)’을 상징하는 것이다. 위쪽 계단은 칠보교이다. ‘칠보’는 경전에 따라 그 종류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무량수경』에서는 금·은·파리·마노·거거·유리·산호를 이르고, 『묘법연화경』에서는 산호와 유리 대신 진주·매괴를 넣는다. 그러나 보통은 『아미타경』에서 말하는 7가지 보석, 즉 금·은·청옥·수정·진주·마노·호박을 가리킨다. 극락에 있는 연못과 그 주변은 이들 7가지 보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정토신앙 경전이 나온 기원 전후부터 5세기까지 인도 쿠샨왕조 시대의 화려한 보석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칠보에 대해서는 부처의 본질인 깨달음의 일곱 가지 덕성 즉 칠각지(七覺支)를 의미한다는 주장도 있다. 칠각지는 택법(擇法)·정진(精進)·희(喜)·경안(輕安)·염(念)·정(定)·사(捨)이다. 연화교와 칠보교를 지나면 안양문에 이르게 되는데 이곳을 통과하면 극락세계를 상징하는 극락전(極樂殿)이 있다. 극락세계는 칠보로 장식되어 있고 연꽃으로 된 꽃비가 내린다고 한다. 안양(安養)이란 ‘마음을 편안히 하고 몸을 쉬게 한다’는 뜻으로 극락세계의 또 다른 이름이다. 현재의 안양문은 1960년에 중건한 건물로 고려 건축 양식을 채택하여 강릉 객사문과 도갑사 해탈문을 참고로 하여 지었다.**십념왕생이란 부처님을 믿지 않던 사람이라도 임종 전에 신심(信心)과 환희심(歡喜心)을 내어 ‘나무아미타불’을 10번만 부르면 극락세계에 왕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