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 모든 것을 이룬 예수의 표정은 어땠을까요? 그 표정을 본 어머니 성모 마리아는 또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엄기백 연출 음악극 ‘예슈아’의 작가 겸 주인공 김희령 선생이 되묻는다. 신의 아들이나 성인, 선지자가 아닌 단순히 한 여자로서 아들의 일생을 지켜본 어머니의 입장에서라면 이번 연극은 드라마틱하기 이를 데 없는 서사시임에 틀림없다. 예수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산 젊은이가 없었기에 그 모습을 지켜 본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서운함과 염려, 비탄과 절규, 한이 서렸을 법하다. 부활절을 맞아 4월 8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동작구 CTS아트홀에서 열릴 음악극 ‘예슈아’는 지금까지 예수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과 달리 관점을 성모 마리아에 맞췄다. 예수가 성령으로 잉태되던 순간,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가졌을 당시 세상의 시선에 맞선 마리아의 마음, 어린 예수의 남다른 모습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제사장들과 논쟁하는 전혀 다른 모습의 어린 예수, 40일간의 광야행과 최후의 만찬, 체포되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까지 한 어머니로서의 마리아는 처절하다 못해 발광일보 직전으로 치닫는다. 이 기막힌 여정이 승화되는 시점은 뜻밖에도 비탄과 광기가 최고조로 치달은 순간이다. 관객의 허를 찌르는 주인공의 대사에 전율이 일어난다. “이번 작품은 일종의 사명(使命)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이제 세상의 물욕은 하나씩 버리고 반면에 가야 할 길을 조금씩 정리해 갈 때라 여깁니다. 이번 작품은 그런 과정에서 만난 하나님의 뜻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습에 여념 없는 엄기백 감독의 얼굴이 어느 때보다 밝아보였다. 자신의 말처럼 반드시 가야 할 어떤 종착지를 즐겁게 찾아가는 심정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꽤 길었던 고향에서의 책임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창작세상에 몰두할 수 있었기 때문일까? 내일 모레 칠순을 앞둔 ‘노인’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을 만큼 맑고 건강한 안색이다. 굳이 종교적 관점이 아니라도 이번 작품은 ‘예수 아닌 마리아’라는 화자의 선택에서 신선하기 이를 데 없고 종교적 관점에서라면 더더욱 놓치지 말아야 할 필요충분 공연이다. 디테일한 영상과 음악, 무용이 빠졌는데도 65분의 연습과정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듯 몰입감이 깊다. 일인공연이 주기 쉬운 따분함이나 지루함이 전혀 없다. “하나님께서 장면장면을 주시는 것 같이 쉽게 쓰였습니다. 팀이 꾸려지고 연습하는 순간도 마치 정해진 것처럼 순탄하기 이를 데 없고요” 다시 김희령 선생의 꿈에 어린 듯한 고백이 들려온다. 공연하는 동안만큼은 온전히 ‘어머니 마리아’로 거듭 날 김희령, 김경숙 두 배우의 열연이 부활절 축복이 돼 관객의 심정을 울릴 듯하다.-예매 : 인터파크서울 박근영 기자 kebinyo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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