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주곡의 영단어 ‘concerto’는 경쟁과 협력을 의미하는 동사 ‘concertare’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협주곡이 경쟁과 협력이라는 상반된 속성을 모두 갖고 있다니 말이다. 하지만 협주곡을 잘 들어보면 고개를 끄떡이게 될 것이다. 진짜로 연주 안에 경쟁과 협력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쟁과 협력의 당사자는 협연자(대체로 바이올린 또는 피아노 독주자)와 오케스트라다. 협연자가 먼저 연주 실력을 뽐내면, 반주하던 오케스트라가 웅장한 소리로 받아준다. 이렇게 연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어느 순간에 둘은 하나가 된다. 경쟁이지만 협력이다. 협주곡은 발레의 남녀 주인공이 각자 솔로로 기교를 주고받다가 이내 하나로 합쳐지는 그랑 파드되를 닮았다. 둘 다 경쟁적 요소가 있지만 결국은 협력을 통한 조화가 중요하다. 협주곡은 18세기 초에 생겨나 비발디(A.Vivaldi/1678-1741)가 3악장 형식으로 만들었고, 이후 모차르트(W.A.Mozart/1756-1791)가 이 형식을 공고히 했다. 초기의 합주 협주곡은 점점 사라지고, 독주 협주곡이 일반화되었다.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N.Paganini/1782-1840)이 이어 ‘피아노계의 파가니니’를 자처한 리스트(F.Liszt/1811-1886)와 같은 비르투오소(virtuoso)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신기에 가까운 그들의 연주에 열광하게 되었다. 협주곡에서 카덴차(cadenza)는 협연자가 마음껏 기교를 부릴 수 있도록 오케스트라 연주가 생략된 부분이다. 보통 1악장 마지막 부분에서 길게는 5분까지 허용된다. 즉 원작곡가가 비어놓은 오선지를 솔리스트가 채우는 것이다. 이미 연주된 카덴차를 따라 하기도 하지만, 완전한 창조로 본인의 개성을 확실히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이때만큼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도 손을 놓고 협연자의 관객이 된다. 오케스트라의 협연자는 일단 뛰어난 연주 실력을 갖추어야한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다고 하는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주자다. 유자 왕(Yuja Wang)은 실력도 좋지만 독특한 패션으로 유명한데, 몸에 달라붙는 짧은 원피스를 입고 피아노를 잘도 친다. 힐러리 한(H.Hahn)은 젊은 작곡가의 미발표 신곡을 앙코르로 연주하는 개념 있는 연주자다. 짐머만(K.Zimerman)은 미세한 차이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로 해외 투어에 자신의 피아노를 싣고 다닌다. 이들 스타 연주자는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관객을 구름처럼 모으는 힘이 있다. 연주 중에 협연자의 바이올린 줄이 끊어지면 어떻게 할까? 옆에 있는 악장이 자신의 악기를 바로 건네준다. 악장은 다른 단원의 악기를 받아 연주를 계속한다. 일본의 고토 미도리(Goto Midori)는 바이올린 줄이 두 번이나 끊어졌지만 침착하게 연주를 마친 것으로 유명하다. 그때 나이가 15세였다니 놀라운 일이다. 만약 피아노 줄이 끊어지면? 이때는 연주를 중단하고 줄을 갈아 끼운 후 재개해야 한다. 이런 사고는 협연자에겐 정말 끔찍한 일이지만 관객들에겐 인생장면이 될 수도 있다.
글=이동우 국립예술단체연합회 사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