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황동 터줏대감 가게들과 어깨 나란히 하는 젊은 신생 카페와 식당, 게스트하우스 생겨 ‘구황 이용원’, ‘구황 경로당’, ‘화랑 아파트’, ‘화랑 마트’, ‘구황 반점’, ‘이오 상회’ 등의 이름들은 이 동네에서 오래된 건물과 가게들의 이름이다. 이들과 더불어 새롭고 다양한 명소들이 함께 혼재해있다. 신축 건물이 들어서고 색다른 상권이 형성되고 있는 것. 보문단지 방향의 분황사 대로변에는 ‘엔제리너스’, ‘빽 다방’, ‘드롭탑’ 등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와 개인 수제 카페 ‘마주’와 대형 음식점들이 입점해 있다. 또 게스트 하우스도 쉽게 만날 수 있고 예쁜 카페들의 입점도 눈에 띨 만큼 늘어나고 있다. 지역 주민들도 이런 분위기를 반기고 있다. “이 동네에서 오랫동안 사셨던 어르신들이 많은 동네인데 청년 창업자와 젊은 여행객들의 발길이 많아져 동네가 한층 밝아지고 정비되어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화랑초등학교 옆, 이 동네서 가장 최근에 문을 연 커피집인 ‘라미 피크닉’은 문을 연 지 일주일째다. 바로 옆에는 아담한 2층 주택풍의 다양한 브런치를 즐길수 있는 카페가 있다. 소품, 그림, 커피, 수업과 체험을 할 수 있는 ‘호제 아뜰리에’가 수년째 영업중이다. 화랑초등학교 맞은편에는 분위기 좋은 파스타, 피자 식당 ‘소사어티 나귀’와 샌드위치와 듁스커피를 경주에서 즐길수 있는 카페 ‘스펑크’가 3년전부터 나란히 영업중이다. 이들은 이미 전국적 핫플레이스로 유명하다. 이 곳 역시 젊은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잦은 곳. -구황동 대표 맛집 ‘구황 반점’...“아마도 경주에서 짜장면을 제일 많이 파는 것 같아요” 구황동 맛집인 구황반점은 올해 26년째 성업중인데, 이 동네 지역민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맛집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짜장면 2000원, 짬뽕 3000원 등으로 박리다매를 하는 이곳은 짜장면과 짬뽕을 사이즈별로 골라서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 기자도 지인과 함께 짜장면과 잡채, 짬뽕을 먹었는데 신선한 재료며 식감에서 탁월했다. 가성비 갑! 주인장 말대로 ‘싸도 싼 음식이 아니었다’. 구황 반점 영업 시간은 오후 네시까지다. 이들 부부가 점심식사 할 때는 서 너번은 일어나야 될 정도로 바쁠때가 많아 영업시간을 조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영업이 끝나면 부부가 열심히 일해 마련해놓은 시골 농장에 가서 농사일을 한다고 하며 그 시간이 이들에게는 쉬는 시간이라고 했다. “단골이 다양합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이 와 주십니다. 그 중에서도 젊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와요. 지난 토요일은 400~500명 정도 오신 것 같아요. 요리류가 자신있습니다만, 대부분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이 우리집 대표 메뉴죠. 박리다매하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많이 팔면 흥하고 작게 팔면 망하는 거죠(웃음). 아마도 경주에서 짜장면을 제일 많이 파는 것 같아요” 성실함과 내공으로 다져진 주인장의 환한 웃음이 소박하고 정겹다. -환경보호와 동물 복지 실천하는 공방 ‘청아하라’...“욕심없이 재밌고 소소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브런치 카페 ‘구황동’ 바로 옆에는 심상치 않은 공간이 있다. ‘환경과 동물을 생각하는 공간, 좋은 습관을 배우는 공방’을 지향하는 ‘청아하라(김청아 대표)’<사진 위>는 지난해 11월 개업했으며 환경보호와 동물 복지를 실천하자는 주제로 꾸민 공방이다. 천연화장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는 공간으로 뷰티, 헬스, 펫(pet), 에듀케이션 등이 이뤄진다. 김 대표는 서울에서 연구원을 거쳐 라이프 스타일 생활용품 관련 무역회사를 운영하면서 고향 경주로 다시 내려온 유능하고 당찬 청춘이다. “조용하고 한적한 이 곳 분황사 근처가 좋았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이 동네가 한국 전쟁 이후로 변한 것이 별로 없다고 하셨어요. 이곳 가게까지는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는데 날씨 좋은 날은 걸을 수 있는 동네여서 더욱 좋았어요. 유명 관광지가 인접해있는 이곳에서 욕심없이 재밌고 소소하게 일하고 있습니다”-낡아서, 오래되어서 정겨운 구황동 뒷골목...우리 생활의 순박한 민낯 황룡사 역사문화관 맞은편에는 작은 골목길이 형성돼 있는데 잘 지어진 한옥들이 줄지어 있는 이 골목에 최근 한옥 카페 ‘나의, 정원’이 입점해있고 그 옆에는 2층의 대형 한옥이 신축중이어서 이 골목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감지됐다. 골목안 주택을 이용한 ‘낭만 홍’s’ 게스트 하우스와 바로 옆 주택에도 브런치 카페&게스트 하우스인 ‘놀러 와락’이 있다. 게스트하우스 ‘풍정’ 담벼락에는 드라마 대사와 좋은 글귀들이 기와에 그려져있고 솟대 등으로 장식돼 이색적이다. 좁은 골목안으로 들어서자 ‘구황 경로당’을 만났다. 저녁 6시경이었는데도 어르신들의 대화가 끊이지않고 정겹게 담벼락을 넘고 있었다. 저녁이 되자 가로등이 켜진 골목은 이른 봄의 삭막함과는 거리가 멀다. 낡아서, 오래되어서 정겨운 그런 골목 풍경이었다. 하나둘씩 대문을 철컹거리며 걸어 닫는 소리들이 여기저기 들린다. 아이들이 재잘댔을법한 골목길에 이제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1970~80년대의 골목 풍경이 저녁이 되면서 더욱 도드라지고 있었다.-구황동 모전석탑지...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훌륭한 문화유적 발견하는 즐거움 구황동에서 발견하는 색다른 즐거움이 또 하나 있다. 황룡사 동쪽 담벼락쪽 대로변에 위치한 경주 구황동 모전석탑지가 그것인데 아직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훌륭한 문화유적이다. 고스란히 남아 있는 금강역사가 넘어질 듯 옛 탑지의 사방을 향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탑은 중국 벽돌탑을 본 떠 쌓은 분황사 탑과 같은 것이었는데, 지금은 다 허물어지고 남북 감실의 돌기둥 2쌍만 남아 있다. 1964년 개교한 화랑초 뒤편에는 제법 큰 기와집들이 있고 텃밭에는 이른 봄 푸성귀들이 벌써 파릇한 쌔싹을 틔우고 있었다. 어느 낡은 담장 위에선 고양이 한 마리가 낮잠을 즐기고 있는 동네 구황동. 어둠이 찾아온 낮고 허름한 작은 골목 끝에는 분황사 도로변의 상가들에서 밝힌 불빛들이 골목 끝을 환하게 밝히며 어둠과 교차하고 있었다. 아직도 현재보다는 과거 어느 한 시절에 머물러 있는 듯한 구황동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오랜 터전에서 살아온 ‘생활’이 켜켜이 쌓여 있다. 구황동 뒷골목에서는 우리 생활의 순박한 민낯을 여전히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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