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는 어떤 곡을 연주할까? 바로 이 ‘어떤 곡’들의 조합을 프로그램(program)이라고 부른다. 프로그램은 연주회가 열리는 콘서트홀이나 해당 교향악단의 홈페이지만 방문해도 금방 알 수 있다. 프로그램은 다양한 조합으로 구성되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19세기 이래 프로그램의 전형적인 구성은 다음과 같다.  ‘오페라 서곡→협주곡→(인터미션)→교향곡’ 프로그램을 살펴보기 위해 연주회 현장으로 들어가 보자. 공연시간이 되면 단원들이 무대로 몰려나오고, 이어 악장(concert master)이 등장한다. 악장이 신호를 주면 오보에 연주자는 A음을 내며 튜닝을 유도한다. 관악기가 먼저 튜닝하고, 이어 현악기가 조율한다. 이젠 연주준비 끝! 이내 지휘자가 큰 박수를 받으며 들어온다. 지휘자는 악장과 악수를 나눈 후 바로 연주를 시작한다. 먼저 오페라 서곡(overture)이다. 서곡은 오케스트라가 오페라극장의 피트에서 연주하던 곡이다. 피트에서는 대체로 성악가의 반주자라는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지만, 서곡에서 만큼은 오케스트라가 주인공이었다. 오케스트라가 나중에 피트 밖으로 나와 독자적인 콘서트를 갖게 되었을 때, 서곡은 그들의 중요한 프로그램이 되었다. 다음은 협주곡(concerto)이다. 지휘자가 협연자를 데리고 무대로 들어온다. 오늘날 협연자는 십중팔구 바이올린이나 피아노의 유명한 독주자(solist)로, 연주회의 흥행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협주곡을 이끌어나간다. 또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카덴차(cadenza)에서는 화려한 연주 기교를 과시한다. 20분 정도의 인터미션(intermission)이 끝나면, 연주회의 시작처럼 단원들이 등장하고, 다시 악기 튜닝을 마친 후 지휘자가 교향곡(symphony) 연주를 시작한다. 초기 교향곡은 협주곡처럼 3악장이었지만, 고전파 시대에 미뉴에트가 추가되어 4악장(1.빠름→2.느림→3.미뉴에트 또는 스케르초→4.빠름)이 되었다. 교향곡의 악장과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매너다. 4악장이 다 끝날 때 박수를 몰아서 보내주면 된다. 이건 협주곡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연주회의 구성이 항상 이렇지는 않다. 말러의 교향곡처럼 연주시간이 긴 곡을 후반부에 넣는 경우에는 보통 서곡 없이 협주곡으로 시작한다. 흔하진 않지만, 서곡 없이 협주곡 두곡을 전반부에 넣는 경우도 있다. 한편, 모차르트 최후의 교향곡 세곡(39, 40, 41번)이 프로그램의 전부인 경우처럼 교향곡만으로 연주회를 구성하기도 한다. 이런 구성은 스타 협연자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유명 오케스트라의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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