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고 33회 동기생들은 특별하다. 특별한 것에서 모자라 극성스럽고 시끄럽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활력을 주변으로 전파한다. 그래서 다시 특별해진다.
지난달 20일 서울 양재동 모처에 경주고33회(회장 최해운) 서울동기생들이 모였다. 제13대 서울동기회 회장 이·취임식을 겸한 정기총회를 열기 위해서였다. 모두 모인 숫자가 60여명. 전체 동기생 120여명 중 반수 가깝게 모인 것이다. 여기에 경주에서 동기회 본회 회장단 6명이 참석해 서울동기생들의 잔치를 축하했다. 형식은 여느 고교동기회 모습과 흡사했다. 그러나 이 동기회는 여느 고등학교 여느 기수와 확연이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제가 총무 맡으면서 등록된 거의 대부분 동기들이 연간회비 10만원을 냈습니다. 무려 108명이 회비를 냈는데 이는 어떤 모임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 경주고 33회만의 긍지입니다”
퇴임하는 전임사무국장 김진우(LG근무) 씨의 인사에서도 보듯 기본적으로 동기생들의 참여가 90% 이상이다. 이 기수가 모임을 가진 것이 햇수로 25년째, 이들이 한창 20대 후반이던 1994년 결성했다. 비단 서울동기회 뿐 아니라 부산 대구 울산 등 전국의 동기생들이 톱니바퀴처럼 어울려 활동한다.
“특히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카페가 활성화 되면서 동기생들이 대거 참여했고 마침 그 무렵에 졸업 20주년 모교방문행사를 치르면서 결속력이 더 세졌습니다”
동기회 총무와 부회장, 회장까지 두루 거친 김석환(가수/대리운전사업) 씨는 인터넷 카페가 활성화 될 무렵 이 기수가 전국 고교 동창회와 동기회 카페 중 2위를 차지할 만큼 별난 동기생들이 많았다고 소개한다. 이들은 졸업 20주년 행사와 졸업 30주년 행사 등 모교와 전체 동창회 관련 행사에서도 특유의 단결력을 발휘해 주변 기수들이 놀랄 만큼 행사를 치렀다. 최근에는 동창회 행사에 고교시절 학생복을 맞춰 입고 참석해 주목을 끌었고 2018년에는 동기생들끼리 모여 추억의 설악산 수학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런 한편 이들은 사회적 의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동기회 차원의 봉사활동도 하고 있어 그 특별함을 더한다. 경주 본회(회장 김재우, 공무원)가 지난 2010년부터 경주 인근의 오지마을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 마침 다방면의 친구들이 있고 봉사를 뒷받침할 동기회 차원의 경비마련도 어렵지 않아 양·한방 진료를 기본으로 집수리, 환경정리, 출장뷔페를 대동한 음식대접, 음악 공연 등을 해왔는데 이를 알게된 이발사들이 참여해 지금은 이발봉사까지 종합적인 봉사활동이 가능해졌다는 것. 처음 이 봉사활동을 시작한 서준호 당시 회장은 “친구들끼리 모여 무언가 보람된 일을 해보자고 해서 시작했는데 때 되면 친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참가합니다”며 “궁극적으로 따듯한 마음들이 모인 동기회이기에 모임을 기복 없이 이끌어 올 수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한편 서울 동기회 최해운 회장은 올해도 전국 동기생들이 모이는 단합대회를 열자며 벌써부터 운을 띄운다. 그러자 김재우 경주본회 회장은 당장 봉사활동 시기부터 맞춰야 한다며 봉사초심을 빼놓지 않는다. 이 동기회의 특별함이 단단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