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 할지면 나라 안이 태평 하니 이다” 신라 경덕왕 때(765) 충담스님이 지은 ‘안민가’의 끝부분이다. 1200여 년 전에 분야든 각자든 바르게 본분을 다하자는 교훈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는 향가이다. ‘-답다’, ‘-답게’ ‘-다움’은 그것이 지니는 성질이나 특성이 있다는 뜻을 더하여 형용사를 만드는 말로 쓰인다. 그렇다면 현재의 ‘경주다움’은 무엇일까? 흔히 이를 ‘경주의 정체성’이라고도 한다. 경주시 시민헌장은 온통 신라의 역사를 기반으로 그 정신을 이어 문화관광도시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김동리 선생이 지은 경주시민의 노래도 신라 천년의 영광을 되살리고 꽃피우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우리 시를 상징하는 표장(심벌마크)도 금관과 첨성대를 기본 문양으로 하고 색깔까지 신라의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표현하였다고 한다. 경주8색도 모두가 신라의 유적이나 지역, 유물을 바탕으로 색깔을 정하였다. 민선 7기 경주시의 표어도 ‘역사를 품은 도시, 미래를 담는 경주’이다. 이를 볼 때, ‘경주다움’이란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신라’를 바탕으로 깔고 난 다음에 다른 것을 덧붙여야 당연하며 자연스런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경주시청사와 홈페이지에는 경주시를 표현하는 상징과 CI(표장), 경주8색 등을 게시하고 있다. 이는 곧 경주다움을 알리는 한 부분이다. 아쉬운 점은 언제 누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여 정하였는지도 설명을 좀 더 곁들였으면 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경주다움에 오늘날의 시대 상황과 주변 풍광 등을 감안하여 변화를 꾀해 보면 어떠할까 하는 바람이다. 경주시의 상징 다섯가지 가운데 꽃(개나리)과 나무(소나무), 새(까치)는 1996년에 지정하였고 별(북두칠성의 개양성)은 2009년, 물고기(참가자미)는 2016년에 지정하였다. 신라 문무왕 14년(674)에 궁 안에 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심고 진기한 짐승을 길렀다는 삼국사기 기록으로 볼 때 분명히 꽃과 나무를 심고 즐겼으리라. 하지만 지금 경주시의 꽃은 개나리임에도 이를 제대로 가꾸고 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그나마 군락을 이루는 곳은 가로변에 심은 가로수가 대다수이다. 경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을 시화로 하거나 역사적 의미가 담긴 꽃을 발굴하면 어떠할까 생각해 본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각 시군에서 상징나무로 가장 선호하는 나무이고 솔거가 그린 황룡사 벽화도 소나무라서 의미가 크다. 까치는 까마귀과에 속하는 텃새로 원산지가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설화나 세시풍속에 등장하여 길조로 여기고 있던 중 1964년 한국일보 과학부가 국제조류보호회의(ICBP) 한국본부와 관계학계의 후원을 얻어 시행한 ‘나라새’ 뽑기 공개응모에서 압도적인 표를 얻으므로 해서 대표 새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농작물에 피해를 많이 주는 새이자 잡식성으로 어린 새와 알, 곤충이나 썩은 고기, 도토리 등을 먹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깨끗하지는 않다. 경주 하면 신라의 닭이 김알지 전설에도 나오고 서봉총 금관의 새도 봉황이 아니라 닭을 확장해서 표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어 검토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북두칠성의 개양성 별은 첨성대와 궁합이 맞는 것 같고 참가자미는 오늘날의 특산물과 잘 어우러지는 것 같다. 경주 8색은 적색(화랑:기쁨, 정열, 멈추지 않는 혁신), 홍색(불국:열정과 긍정적 삶의 에너지), 황색(서라벌:영원히 변치 않는 진리, 세계의 중심), 녹색(남산:평화, 영원한 젊음, 생명력), 청색(동해:자유, 무한, 지혜로움), 자색(첨성:랑, 고귀함, 북극성), 금색(금관:변하지 않는 진리, 왕의 색), 흑색(삼국:북쪽을 가리킴. 절대왕조의 권위)으로 나름의 큰 의미 설명과 역사성을 깃들인 추가 설명을 하고 있지만 뭔가 산만하고 짜 맞추었다는 느낌이다. 신라 오악이 있었듯이 이와 결부하여 음향오행설에 따른 오방색으로 하면 어떠할까도 싶다. 황색(중앙), 흑색(북쪽), 청색(동쪽), 적색(남쪽), 백색(서쪽)이 그것으로, 신라의 수도 서라벌은 중심의 황색이자 금관을 비롯한 금제품으로 대변되니 어떠할까 싶다. 또 신라 6부촌을 상징화하여 6색을 만들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리라. 아니면 지금처럼 8색으로 하되 좀 더 역사성을 곁들이면 의미는 더한층 높아질 것이다. 경주다움을 내 세우고자 마련한 우리 시의 상징이나 색깔은 많은 고민과 의견을 듣고 결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라의 역사성과 더욱 친밀하게 이야기화 하고 이를 토대로 현재의 경주에서 어디서나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변화시켜 보는 것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상에서 볼 때 좋지 않을까도 싶다. 시민들도 무심코 그런 게 있구나 하지 말고 참여하여 공론화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쏟아질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면 경주다움은 오뚝하게 도드라질 것이다. 다른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한한 역사적 자원을 가진 경주가 조금만 더 지혜를 모으고 변화시키면 확연히 차별화된 경주다움을 나타낼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