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발레단은 대체로 수십 명부터 백여 명에 이르는 많은 단원들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이들이 같은 능력을 가진 건 아니다. 발레 무용수는 독무(獨舞)를 추냐 아니냐에 따라 크게 솔리스트(soliste)와 코르 드 발레(corps de ballet)로 나뉜다. 회사에나 있을 것 같은 부장, 과장, 대리 같은 직급이 발레단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코르 드 발레는 뮤지컬로 치면 앙상블에 가깝다. 군무(群舞)를 담당하며 솔리스트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현재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무용수들은 거의 예외 없이 코르 드 발레 단계를 거쳤다고 보면 된다. 그들에게도 올챙이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이 올챙이가 실력을 인정받으면 솔리스트로 올라선다. 무대 위에서 홀로 춤을 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초보 솔리스트의 갈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하다. 발레 공연의 주인공은 여러 명의 솔리스트 중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무용수가 맡게 되기 때문이다. 주연 무용수는 혼자 춤을 추거나 주연끼리 춤을 춘다. 드라마에서 주연 배우의 대사가 많듯 발레 주인공 역시 많은 동작을 소화해야 한다. 더불어 표정과 몸짓 연기도 일품이어야 한다. 이처럼 주연 무용수는 발레의 꽃이며 공연의 질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코르 드 발레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지젤에 나오는 처녀귀신 ‘윌리’나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백조’들은 환상적인 군무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이 장면은 발레 블랑(ballet blanc/백색 발레)이라 불리며 코르 드 발레의 존재감을 맘껏 과시한다.
여기서 질문 하나! 수십 명의 무용수가 올라있는 무대에서 발레 주인공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공연이 반쯤 지나도 주인공을 찾지 못하는 지인이 있어 하는 얘기다. 만약 영화나 드라마라면 주연 배우 찾기는 식은 죽 먹기다. 주연은 자주 등장해서 말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말없는 발레는 주인공 찾기가 어려울 것 같지만, 사실은 너무 쉽다. 발레공연에서 주연은 저절로 알 수 있다. 주연 무용수가 처음 등장할 때 박수와 환호가 터지기 때문이다. 이건 공연관습이다. 이 박수 소리는 작품을 잘 아는 관객이나 주인공의 지인에게서 나올 것이다. 초보 관객은 박수소리가 나면 함께 치면서 ‘아, 저 사람이 주인공이군!’ 하며 환호를 보내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