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문화원 문화학교에서 오는 3월부터 ‘신라향가 정가’ 강좌가 새롭게 개설된다. 경상북도 영제시조 연구소 허화열 소장이 본격적인 신라향가 알리기에 나서는 것.
정가는 신라향가에 연원을 두며, 조선시대의 양대 시가인 시조와 가사를 실제 노래로 부르는 것을 말한다. 정가는 그 가락이 우아하고 정대 화평한 기풍을 지녀 옛 선비들이 수양과 풍류로 즐겼던 고전 성악곡으로 범패, 판소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성악곡으로 꼽힌다.
허 소장은 이번 강좌에서 신라시대 대표 문학인 향가에 경주 지역의 토리(지방에 따라 독특하게 구별되는 노래 투)로 직접 편곡한 ‘신라향가 정가’를 강의한다.
“문득 거울에 비친 제 모습에서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어요. 그 즈음 어린 시절 무릎장단을 치며 부르셨던 아버지의 노랫소리가 한동안 귓가에 맴돌았죠”
허 소장이 정가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채우기 위함이었다. 그는 마흔 살의 적지 않은 나이에 지역에서 여창가곡으로 유명한 박덕화(경북 중요무형문화재 28호 가곡 예능보유자) 선생에게 정가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전라도 완제시조, 경상도 영제시조까지 두루 섭렵하며, 입문한지 10년 만에 각종 대회에서 큰 상을 휩쓸며 위상을 넓혔다.
“24년 전 박물관대학에 다닐 때였어요. 한 강좌에서 ‘신라향가’를 다시 접하게 됐죠. 당시 정가를 배우고 있었기에 ‘신라향가’에 대한 관심이 누구보다 컸어요. 신라인들은 ‘향가를 어떻게 불렀는지?’ ‘신라향가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면서 향가의 본향인 경주에 살고 있는 가객으로 신라향가를 꼭 재현해 보고 싶었죠”
새로운 꿈을 도전하기 위해 그는 하던 일을 정리하고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갔고, 국문학·역사학·한문학 등 다양한 이론을 바탕으로 보다 체계적으로 정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후 허 소장은 삼국유사에 전하고 있는 신라향가 14수를 영남의 정서에 맞는 영제시조를 바탕으로 한 수 한 수 얹혀 부르기 시작했다. 또 신라향가가 후학들에게 쉽게 이해되고 전승 될 수 있도록 칠선보(악보)에 기록해 왔다. 그렇게 재현된 신라향가.
허 소장은 경주시민들이 신라향가를 쉽게 향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역문화의 전승과 보전에 앞장서고 있는 경주문화원에서 ‘신라향가 정가반’ 강좌를 개설하게 됐다고 말한다. 10여년 전, 향가를 노래하는 것을 꿈꿔왔던 허 소장.
그는 향가가 대한민국 대표음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신라향가의 세계적인 도약을 다시한번 꿈꾼다.
허화열 소장은 동국대 한국음악과를 졸업했으며,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제6호 영제시조,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28호 가곡,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4호 완제시조를 이수했다. 수상경력으로는 ▷2003년 난계국악제 시조부문 대상부 장원 문화관광부장관상 수상, 전국시조·가사·가곡 경창대회 가곡부 장원 ▷2005년 임방울 국악제 시조부 장원 ▷2006년 전국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시조부 장원, 전국 시조·가사·가곡 경창대회 가사부 장원, 시조 종합대상부 대통령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현재 경상북도 영제시조 연구소를 운영, 서라벌정가단을 지도하고 있으며, 향가 뿐만 아니라 근·현대시를 현대의 감성에 맞게 정가로 편곡하는 등 정가의 저변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한편 경주문화원에서는 성인을 대상으로 신라향가 정가반을 비롯해 무용, 꽹과리, 농악, 가곡, 민요, 대금, 오카리나, 북춤, 모듬북, 가요, 사물놀이, 사진반, 민요장구 등 유능한 전문 강사를 초청해 다양한 문화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강의는 내달 11일부터 6월 24일까지이며 3월 8일까지 선착순 접수 가능하다. 수강신청은 방문접수나 경주문화원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문의: 경주문화원 054)743-7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