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바깥으로 달려 있어 그런지 항상 외부를 지향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고개를 돌려 대상을 지향한다. 어디 식당 같은 데 가보면 안다. 누구라도 식사를 즐기는 와중에 끊임없이 바깥의 풍경을 두리번거린다거나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보는 장면은 흔하다. 뭔가를 딱히 찾으려는 의도는 없어 보이는 데 말이다. 어쩌면 눈이란 본체가 가지는 본능적인 모습일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외부를 지향하는 눈이 그 자신을 대상으로도 삼는다는 점이다. 내 존재 자체도 그 대상으로 삼는다는 말이다. 가령 남의 시선으로 나를 지켜보는 식이다. 어디서 국밥을 먹는데 국물을 좀 흘렸다고 치자. 이런 모습을 남이 쳐다본다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본다는 말이다. 얼른 티슈로 흘린 국물을 닦거나, 닦으면서 혹 이 모습을 남이 보고 있지는 않을까 주위를 안 보는 척(?) 둘러보기도 한다. 우리들의 이런 자연스러운 행동은 사실 자연스럽지 않다. 적어도 원숭이나 돌고래 등 서너 종의 동물을 제외하고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독특한 행동이다. 외부를 향한 눈으로 나를 보는 행위는 인간에게나 가능한 아주 고차원의 그것이다. 이젠 “하우 두유 라이크 김치 (How do you like Kimchi)?”하는  식으로 다음 라운드로 좀  넘어가자는 제안이다  이런 비판적인 평가를 많이 들어봐야 한국 문화에 대한  보다 심화된 담론을 형성할 수 있다 그런데 ‘나를 의식하는 내 눈’의 기능이 더욱 특화된 인간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동의들 하실까? 멋진 사진들, 가령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음식 사진이나 좋은 풍광의 핫 스팟 사진은 죄다 SNS 상에 올려져 있다. 본인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도 이미 배려가 된 문화 양태다. 우리 집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다른 모든 친구들이 입는 롱 패딩 잠바, 왜 나만 없냐?”고 생떼를 쓰는 우리 아들 녀석도 그렇다. 심각한 일반화의 오류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롱 패딩, 그것도 검정색으로 통일된 롱 패딩 안 입고 다니는 중·고생들은 없다. 심각하지만 정말이다. 남 눈을 의식하는 이런 습관은 인터넷 환경에서 그 극점을 볼 수 있다. 유튜브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다 ‘외국인 반응’이라고 한번 쳐보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유명한 한국 영화를 보여주고 반응을 살피는 영상에서부터 유명한 방탄소년단(BTS) 같은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에 이르기까지 우리네 것을 외국인들은 도대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걸 찍은 영상들이 부지기수다. 쇼 비즈니스적 측면에서는 이런 외국인 반응식 동영상 업로드와 관리도 이미 큰 그림 속의 일부라고는 하지만, 또 어떤 측면에서는 이미 국제적인 수준의 우리 위치를 이렇게까지 조바심 내가며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하나 하는 부정적인 의견도 없진 않다. 이제 갓 선진국으로 진입한 우리가 우리 위상이 실제 이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야 왜 없을까 마는 그래도 이처럼 조바심 낼 상황은 아니다. 외국에 나갔다가 한국에 관심을 보인다 싶은 외국인에게 “핼로(hello)” 대신 “두 유 노 김치(Do you know Kimchi)?”하고 물어보던 시절도 있었다. 한국문화의 열기가 온 세상을 강타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두 유 노?” 식의 인사나 외국인 몇몇을 초청하여 한국문화를 접하게 하는 ‘한국은 처음이지?’ 식의 방송은 뭔가 좀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 방송의 완성도나 그 관계자들의 노력을 무시한다는 차원은 분명 아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바란다. 거센 반대가 있으리라 예상을 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이젠 “하우 두유 라이크 김치(How do you like Kimchi)?”하는 식으로 다음 라운드로 좀 넘어가자는 제안이다. 여태 해당 외국인이 김치라는 한국 음식을 먹어봤는지 여부를 물어봤다면, 이제는 “그래, 그 김치 먹어보니 넌 어때?” 하고 비판적인 평가를 물어볼 때가 되었다는 거다. 외국인 입맛에는 너무 강렬하다거나 한국 음식 하면 매운 것만 떠오른다거나 하는 답을 끄집어낼 수 있는, 그런 질문들 말이다. 이런 걸 많이 들어봐야 한국 문화에 대한 보다 심화된 담론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음식엔 매운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시원한 백김치도 있고, 다양한 반찬과 주 요리를 즐기는 우리의 정다운 문화라지만 함께 먹는 된장찌개에 개인 숟가락을 사용하는 건 좀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는 등의 보다 실질적이고 유익한 문화 담론을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하는 소리다. 어느 영국인의 한국 문화 체험 사이트에 구독자만 300만 명이라고 자랑하지 말고, 한국 문화에 애정 있는 그 많은 구독자가 즐기고, 꼬집고, 비틀고, 제안하는 소리에 이젠 귀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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