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해체연구소(이하 원해연) 입지가 부산과 울산 경계지역에 사실상 내정됐다는 언론보도에 경북도와 경주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지난 12일 중앙 언론매체는 “원전 해체 연구는 폐로원전이 가장 많은 곳에서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연관 산업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부산과 울산이 공동유치 경쟁을 하면 경쟁 과열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 받은 것으로 안다”는 부산시와 울산시의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원해연 입지가 부산·울산 경계지역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경북도와 경주시가 산업통상자원부를 항의 방문해 공정하게 선정해 줄 것을 촉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에 산자부 측은 “원전해체연구소 설립과 관련해서는 현재 입지, 규모, 방식 등 다양하게 검토 중이며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마치 해프닝처럼 해명했지만 보도 내용이 워낙 구체적이어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당초 산자부는 오는 3월경 원해연 입지선정을 하고 4월에 로드맵을 내놓기로 했으나 이번에 부지선정설이 보도되면서 정부가 이미 결정을 해놓고 발표 시기만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현재 국내 가동 중인 24기 원전 중 12기가 오는 2030년 수명이 끝난다. 이들 원전의 해체비용만 하더라도 10조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세계 원전 산업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각종 보고서 등에 따르면 2015~2019년 76기에서, 2030년대에는 127기로 늘어난다. 현 정부도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원해연 건립을 다시 추진한 것으로 보여 진다. 원해연 3만3000㎡ 부지에 실험실과 분석실, 해체 기술 실증과 인증 시설, 방폐물 시험시설, 모의 훈련 시설 등을 갖추게 되며 2020년 착공해 2022년경 완공할 계획이다. 원해연 건립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시설로서 지역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동안 경주시, 부산 기장군, 울산 울주군이 치열한 유치전을 벌여왔다. 경주시는 2014년 8월 원해연 경주유치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시민 22만여 명의 서명을 받는 등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2016년 6월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실상 백지화 됐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2017년 6월 1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기념사에서 “원전 해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 동남권 지역에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는 한편, 원전해체산업 선도국가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원해연 건립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다시 유치전이 불붙었다. 원해연 건립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핵심이다. 따라서 원해연의 입지결정은 향후 현 정부가 주창해온 국가균형발전에 가장 걸 맞는 결정을 하여야 하며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가장 당위성이 있는 지역을 선정해야 한다. 그동안 본지가 강조했듯이 원해연이 경주에 건립되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경북 동해안에는 현재 경주를 중심으로 가동 중인 국내 원전 24기 중 12기가 있다. 그리고 이미 폐로된 월성1호기도 있다. 경북도는 이미 10년 전부터 경북동해안권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에너지크러스트 구축을 위해 꾸준히 진행해 왔다. 또 원전 해체를 담당할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원전 폐기물을 처리하는 중저준위방폐장과 관리공단도 경주에 있다. 원전건설과 관리에서부터 원전가동으로 발생하는 폐기물까지 처리하는 시작과 끝이 모두 경주에서 이뤄진다. 경주에 원해연이 건립되어야 하는 이 보다 더 분명한 명분은 없다고 본다. 이외에도 원전설계전문기업인 한국전력기술, 원전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한전KPS원전 서비스센터 등도 경북도 내에 있다. 경북도내에 원전건설과 운영 경험, 기술, 인력이 축적되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경주시민들은 원해연이 경주에 반드시 건립되어야 하는 이유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에 따른 월성1호기 폐쇄와 추가 원전 건설 중단으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와 인구 유출, 넘쳐나는 고준위핵폐기물, 원전가동으로 인한 불안감, 원전주변지역 슬럼화 등으로 민심이 크게 악화되어 있다. 산자부는 우선 이번 부산·울산 경계지역 원해연 입지 내정 보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반드시 표명해야 한다. 그리고 확실치 않는 내용으로 공정치 못한 여론전을 펼치는 것이라면 부산시와 울산시를 이번 부지선정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더 이상 대도시의 눈치를 보는 정치적 결정은 문 정부가 주창하는 지방균형발전과도 배치되는 처사임을 알아야 한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이번 일을 지자체 간 과열경쟁이 낳은 해프닝으로 보아선 안 된다. 부산시와 울산시의 전략이던 아니던 간에 원해연 유치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매번 중요한 국책사업 때마다 고배를 마신다면 경주의 미래는 더 이상 밝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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