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전해체연구소(이하 원해연) 입지 선정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인 가운데 ‘부산·울산 내정설’이 나돌면서 경북도와 경주시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이 같은 내정설은 지난 12일 서울의 유력 일간지 등이 ‘원해연 입지가 부산과 울산 경계지역으로 사실상 내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연구용역에서 부산 기장군 장안읍과 울산 울주군 서생면 접경지역이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는 등의 보도를 하면서 표면화됐다.부산·울산지역 언론들도 각 지자체 고위공무원의 말을 빌려 ‘산자부 용역 중간보고회 결과 영구 정지된 고리1호기와 가장 근접한 신고리 7·8호기 예정부지가 원해연 입지로 가장 우수한 곳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하며 입지 결정이 기정사실화 된 듯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상황이 이러자 원해연 유치에 사활을 걸어온 경북도와 경주시는 발끈했고, 12일 즉각 산자부를 항의 방문했다. 자유한국당 대구·경북 국회의원들도 오는 18일 대구에서 이와 관련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전강원 경북도 동해안전략산업국장과 이영석 경주시 부시장은 이날 산자부 원전환경과를 긴급 방문해 원해연 입지는 경주가 최적지로, 설립 당위성을 강력하게 건의했다.당초 계획대로 오는 3월 용역결과와 지자체별 모든 여건을 고려해 원해연 입지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정해 줄 것도 요청했다.또 지역 국회의원인 김석기 의원과 곽대훈 의원(대구 달서구갑)도 언론보도에 대해 산자부의 즉각적인 해명을 요구했다.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그러면서 “현재 원해연 설립과 관련해 입지, 규모, 방식 등에 대해 다양하게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상황이 이러자 경북도와 경주시 관계자는 “원해연 설립 부지 결정이 3월로 다가옴에 따라 그동안 유치에 노력해온 지자체의 과열된 경쟁이 낳은 해프닝으로 보인다”며 “부산시와 울산시가 아직 확정도 되지 않은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이에 따라 경북도와 경주시가 단결해 정부의 원해연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부산과 울산이 경쟁 과열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해연 공동 유치방안까지 모색하는 것과 달리 경주에서는 벌써부터 ‘원해연 유치가 물 건너 간 것 아닌가’라는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원해연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부산시와 울산시가 마지막까지 집중해야 할 추진력에 힘을 빼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남홍 경주시 원전범대책시민위원회 위원장은 “경주시가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온 만큼 끝까지 원해연 유치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경주시민의 단결력으로 정부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주낙영 경주시장도 “원자력 연관 사업이 집적돼있고,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연계성 그리고 관련 인적자원의 확보 가능성이 우수한 경주야말로 원해연 유치에 가장 최적지”라며 “원해연 경주 유치에 마지막까지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이번 파장으로 원해연 입지 선정을 두고 지자체간 유치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현재 경북도·경주시, 울산시, 부산 기장군 등 3개 지자체가 유치경쟁을 하고 있으며, 울산시와 부산시는 지난해 말부터 공동유치로 전략을 변경했다.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월성원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방폐장 등 원전관련 전주기 싸이클을 갖춘 경주시가 원해연 입지의 최적지임으로 평가받으면서 양 지자체가 연합전략을 세운 것이다.경북도내 국내 원전 24기 중 12기가 밀집된 데다 경주에는 국내 유일의 4개 중수로 원전과 2개 경수로 원전 등 다양한 유형의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는 점 등도 원해연 입지 이유로 손꼽고 있다.또한 원자력 해체관련 인력양성을 담당할 동국대와 원전현장인력양성원, 원자력관련 첨단기술을 개발 중인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가 있다는 점도 경주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원전해체연구소가 경주에 입지한다면 경북은 원전설계~건설~운영~해체~처분으로 이어지는 원전산업 전주기 싸이클이 완성된다”며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신규원전 백지화, 노후원전 조기폐쇄 등 직·간접인 피해를 경북이 가장 많이 받게 되는 만큼 원해연을 도내에 유치해 낙후된 지역경기 활성화와 일자리창출에 적극 힘쓰겠다”고 강조했다.한편 2400억원이 투입되는 원해연은 3만3000㎡ 부지에 실험·분석실, 해체기술실증과 인증 시설, 방폐물 시험시설 등을 갖출 계획이다. 정부는 이르면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다음달 3월경에는 원해연 입지 선정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