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달아나기
김 종 섭
햇살 쨍쨍 비치는 소나무 아래
잠자리 한 마리 날아간다
잠자리 따라
호랑나비 한 마리 날아간다
어린 것들 위로 까치 두 마리
날개 비비며 날아간다
어디서 문득 바람이 불어오고
바람에 놀란 매미란 놈 소리 높여 울어댄다
놀란 소리에 놀란 잠자리 기우뚱
나비도 따라 기웃
따라 가던 까치도 더불어 기우뚱
그래 우리 모두 함께 달아나는
더위 먹은 한 오름 신기루
-----시평-----
이 시는 자연현상을 그대로 묘사해 놓은 듯이 보이나 예사로 보아 넘길 성질의 시가 아닌, 독특한 시각이나 표현방법을 눈여겨 볼만한 작품이다.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한 풍경 속에서 일어나는 미물 혹은 날짐승을 통해 우리 인간세상과의 대비를 이루면서 그들만의 조화를 한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잠자리, 호랑나비, 까치, 매미 등이 그것인데 서로 상응하는 가운데 매미 울음소리에 다시 잠자리, 나비, 까치로 환원되면서 날것들이 연쇄작용을 일으키는 기법도 놀랄만하다.
`바람에 놀란 매미`라는 표현이 주는 의미도 효과적인 분위기 설정으로 함께하고 있는데, 이 시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
그 매미 울음을 정점으로 하여 다시 반응을 일으키는 그들을 통해서 무료한 여름날 저녁 신기루를 떠올리면서 결국에 가서는 다함께 달아나는, 즉 초탈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여름날의 한 풍경 속에 일어나는 날것들의 행방 속에 머무름이나 부동의 몸짓은 무료할 따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