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 차
김 파
오랫만에 타는
통일호 열차
객실은
듬성듬성 비어 있고
앉았다 떠나간 자리
서 있는 건 덩그런
침묵,
환하게 하품하는 실내등
의자들만 조는 듯
창밖 어둠 건너
불빛들 국화송이처럼 피고
어둠은 가까운 거리를
저리 멀게 하는가
안강역 지나 나원역
내리는 사람
타는 사람 없이
철거덕철거덕 소리만 타고 내린다
누워서 흐르는 마음 싣고
형산강 가로질러 가는 열차
미끄러지며
경주역 가까워 온다
-----시평-----
인생은 왜 흘러만 가는 것일까. 밤에도 쉬지 않고 어디론가를 향해 가고 있는 열차는 잠깐의 휴식과 함께 부려놓을 것은 부려놓고 앞을 향해 가기만 한다. 시인은 그걸 인간의 삶에 비유하고 있다.
필자가 고비사막을 하루종일 버스로 횡단한 적 있었는데, 가도 가도 끝없는 모래벌판 거기에도 기차는 지나가고 있었다. 한참을 쉬지 않고 가다 보면 습지도 나타나고 가시달린 낙타풀도 눈에 띄기도 했었다.
분명히 목적지는 있겠지만 그 목적지가 어디란 말인가. 알고 보면 영원히 멈출 때 그 멈춰버린 곳이 목적지 아니겠는가.
목적지에 닿진 않았지만 잠시 쉬어가기 위해 `안강역 지나 나원역` 가로질러 `미끄러지며 / 경주역` 가까워 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은이는 처자식이 기다리고 있는 경주역에 내린다. 그러나 그 밤열차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것이다.
붙잡을 이유도 붙잡을 힘도 없는 것이다. 붙잡는다고 붙잡힐 성질의 것도 아니다. 그게 인생인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 잊고 살기 일쑤니까 이런 시에서 우리는 무작정 흘러가는 우리네 삶을 되짚어 보는게 아닐까.
인간은 밤엔 곤한 잠에 빠져들지만, 자는 동안에도 세월은 흐르고 나이는 더해지며 주름살 늘어가는 이치가 밤열차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말이다.
이 시에서 보면 밤열차 안의 공간도 매우 썰렁하다. `덩그런 침묵`과 `환하게 하품하는 실내등` 그리고 `의자들만 조는 듯`하고 `내리는 사람 / 타는 사람 없이 / 철거덕철거덕 소리만 타고 내린다`는 표현이 절창을 이루며 심금을 뒤흔든다. 이게 우리네 삶 아니겠는가. `불빛들 국화송이처럼 피`는데 `누워서 흐르는 마음 싣고 / 형산강 가로질러 가는 열차`가 시인의 마음, 즉 영혼 아닐까.
이 시에서 가장 절창은 `어둠은 가까운 거리를 / 저리 멀게 하는가` 이 대목인데 삶이라는게 그와 같고 보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