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티켓은 자리마다 가격이 다르다. 같은 공간인데도 대개는 앞이 뒤보다, 중앙이 측면보다, 아래층이 위층보다 비싸다. 극장은 매출 극대화를 위해 이렇게 가격차별(price discrimination)을 한다. 자리는 보통 R석, S석, A석, B석으로 나뉘는데, 극장에 따라 VIP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비싼 자리도 있다. 한편 극장에선 간혹 ‘OP석’이란 요상한 이름을 가진 자리를 팔기도 한다. 이건 도대체 어떤 자리일까? 극장의 무대 앞에는 연주를 위해 오케스트라가 자리하는 구덩이 같은 공간이 있다. 이를 오케스트라 피트라고 한다. 극장 2층 이상의 객석에서는 피트 안이 조금 보이지만, 1층에서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궁금하면 인터미션 시간에 피트 안을 잠깐 살펴보자. 연주자들이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피트에 항상 오케스트라가 있는 건 아니다. 라이브 음악이 필요 없는 공연에선 피트를 덮어 무대로 쓰거나 피트 안에 의자를 놓고 객석으로 활용한다. 이때 피트 안의 객석을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OP(orchestra pit)석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OP석은 원칙적으로 오페라 극장처럼 오케스트라 피트가 있는 곳에서만 가능한 자리지만, 정작 활용되는 장르는 ‘오페라가 아닌 공연’에서다. 즉, 녹음된 음원을 사용하는 상업 뮤지컬이나 밴드가 무대 위에 올라오는 대중가수 콘서트에서 애용하는 편이다. 티켓을 한 장이라도 더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OP석은 대체로 R석 가격에 팔리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무대 위의 출연자들을 대면하듯 바로 앞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그들과 악수나 가벼운 허그로 스킨십까지 나누는 행운을 잡는다면, 비싼 티켓 값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가심비(價心比), 즉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커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