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거 바나나 껍질 아니야?”, “어머, 그냥 옷인 줄 알았는데 바나나 껍질로 만든 옷이구나!” 경주예술의전당 1층 전시홀에서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다정하게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엄마와 5살 아들. 동화책 한 편을 읽는 듯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쏟아진다.
평소 아이의 장난감 대여, 지인과의 모임 장소로 예술의전당을 자주 찾는 다는 김유미(33, 황성동) 씨는 때로는 작품을 그냥 지나치기도 하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는 아이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즐겁게 작품을 감상한다고.
그림에 문외한이라는 김 씨는 “신기한 건 작품은 그대론데 아이의 기분에 따라 그림의 이야기가 달라져요. 늘 같은 작품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죠”
이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엄마와 아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림에 더 관심 갖게 됐다고 말한다. 음식물과 의상, 각각 동떨어진 이미지가 작품 속에서 조화를 이룬다. 작가는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제와 비 실제 사이에서의 모호한 경계에서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바나나, 가지, 토마토, 연근 등 음식 재료를 이용해 옷이 형태를 만들어 사진으로 담아내는 성연주 작가의 작품이다. 형형색색 화려하고 유쾌한 캐릭터와 전통 민화의 만남이 이색적인 아트놈 강현하 작가의 작품, 일상에서 비롯된 다양한 감정과 느낌을 만화와 같은 구성과 풍자로 표현한 심진섭 작가의 작품 역시 눈에 띈다.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 1층 전시홀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전 ‘뻔하지 않은 FUN FUN 한 미술’이 진행되고 있다.
경주예술의전당 직원 및 예술인, 전시와 공연을 보기 위해, 혹은 지인과의 약속으로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오가며 편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
이번 전시에서 (재)경주문화재단은 강현하, 구교수, 권순영, 김두진, 박영균, 성연주, 심점환, 심진섭, 여동헌, 이재열, 임장환, 전병택 등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12명의 작가의 작품을 엄선, ‘팝아트를 넘어 대중미술로’라는 주제로 작가들의 상상력 넘치는 미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은 미술작품의 구입과 대여, 전시 활동을 통해 국내 미술시장 활성화와 미술문화의 대중화, 문화향유권 신장을 목적으로 설립,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 전시를 기획, 개최하고 있다.
김아림 큐레이터<인물사진>는 “(재)경주문화재단은 상시로 관람객들이 예술 감상의 가치,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을 대여해 2014년 4월부터 상설전시를 개최하고 있다”면서 “알천미술관도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 함께 한국 미술문화를 선도하는 기관으로서 시민의 문화 향유권 신장 및 미술인들의 창작 의욕 고취,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경주문화재단은 2013년부터 경주시 소유 미술품 257점을 위탁받아 관리하며 ‘경주시청’ ‘근로자복지회관’ ‘경주시하늘마루’ 등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 ‘미술품 대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미술품 대여를 원하는 기관은 경주문화재단으로 문의하면 된다. 작품 속 작가의 상상력을 찾아보면서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3월 3일까지다.-문의 054-748-7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