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서쪽, 김유신 장군 묘소로 가는 길에 서천 광장이 있다. 그 광장은 김유신장군 묘소에 딸린 주차장으로 단장 되어있는 곳이다. 여기서 왼쪽으로 돌아가는 수도산 기슭에 시비가 하나 호젓하게 서 있는데, 이것이 고무신(古無新) 박종우(朴鐘禹)의 시비이다.
산기슭에 위치한 이 시비 앞에 서게 되면 경주 토함산(吐含山)이 이마에 와 닿고 경주 서천이 굽이 돌아가는 것이, 경치가 아주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 시비는 <시문학사>에서 전국문인들에게 모금하여 시인의 연고지인 이곳 경주에 세우게 되었는데, 수원(水月) 선생이 조각 제작했으며, 비의 전면에는 그의 시 `종`이 새겨져 있다. 시인 박종우는 고향이 경주가 아니지만 경주에 오랫동안 거주하면서 경주 K공고에 재직하고 있었다. 그때가 1950년대 후반이었다.
고무신(古無新), 이는 박종우 시인의 아호였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그의 아호는 자기가 지었는데, 고무신이란 말은 “옛 것 뿐이요 새것은 없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옛것은 없고, 모두 새것이다” 라고 풀이하는 이도 있었다. 그는 그의 아호에 걸맞게 항상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고 했으니 그의 아호는 그대로 고무신과 연관 있는 것으로 되어버렸다.
-정민호(시인. 동리목월문학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