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인 1913년 경주서 부당하게 옮겨진 청와대 경내 통일신라시대 불상 ‘경주 방형대좌 석불좌상’의 경주 반환을 촉구하는 시민운동이 본격화됐다.
경주시, 경주시의회, 경주문화재제자리찾기시민운동본부로 구성된 민관추진위원회가 29일 청와대와 국회, 문화재청,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찾아 불상을 조속히 경주로 돌려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보물 제1977호인 청와대 불상은 그동안 경주지역 내 원래 위치에 대한 논쟁이 있어왔지만 지난해 10월 일제강점기 자료 ‘신라사적고’에 도지리 이거사터에서 총독부로 이전했다는 결정적인 내용이 발견됐다.
그동안 불상 원위치가 이거사터와 경주 남산이라는 주장이 맞서면서 경주 반환 논의가 지지부진했지만, 신라사적고에 기술된 내용이 공개되면서 불상의 경주 반환운동은 새 전환을 맞게 된 것이다.
“나라가 나라답게 정의롭고 정당해 존중받으려면 나라가 나라답지 못할 때 잘못된 것들은 바르게 고쳐주는 것이 으뜸 된 일”이라는 문구로 시작한 탄원서는 청와대불상 경주 반환의 정당성과 조속한 이행을 촉구했다.
위원회는 탄원서에서 “지금 청와대에 있는 불상은 신라가 통일을 이룩한 후 문화와 예술이 최고로 발달해 불국사와 석굴암 같은 걸작품이 조성된 시기의 작품”이라며 “처음 경주 이거사터에 있던 불상이 청와대에 자리하기까지의 연유를 살펴보면 너무 참담하고 부끄러우며 죄스럽기 이를 데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와대 불상이 나라를 빼앗긴 슬픈 시대에 천년고도 경주를 떠난 지 100여년이 지났다”며 “역사 적폐를 청산하고 불상을 제자리로 모셔야 한다는 국민 염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청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원회는 “잘못돼도 너무나 잘못된 불법한 일이 바르게 논의되고 결정돼 경주로 돌려준다면 경주시와 시민들은 정성을 다해 환원의식을 국민 축제로 치를 것”이라고 했다.
또한 “예산을 넉넉히 마련해 본래 자리인 이거사터를 매입해 발굴·정비한 후 훌륭한 불전을 지어 이전할 것”이라며 “이 일이 완성될 때까지 국립경주박물관에 옮겨와 전 국민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석굴암 본존불을 닮아 ‘미남불상’으로도 불리는 청와대 불상은 9세기에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 108㎝, 어깨너비 54.5㎝, 무릎 너비 86㎝로 풍만한 얼굴과 약간 치켜 올라간 듯한 눈이 특징이다. 당당하고 균형 잡힌 신체적 특징과 조각적인 양감이 풍부해 통일신라 불상 조각의 위상을 한층 높여주는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석굴암 본존불과 양식이 매우 유사하며, 특히 통일신라시대 유행한 팔각형 대좌 대신 사각형 대좌로 제작돼 비슷한 시기 불상 중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면모가 돋보인다.
불상은 1912년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조선총독이 경주 고다이라 료조(小平亮三) 자택에서 본 뒤 이듬해 서울 남산 총독관저로 옮겼고, 1930년대에 청와대에 새 총독관저를 지으면서 또다시 이전됐다.
1974년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가 지난해 4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승격됐으며, 명칭 또한 ‘석불좌상’에서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으로 변경했다.
수년 전부터 청와대 불상의 경주 반환을 추진한 경주에서는 지난해 11월 경주시 경주시의회, 민간단체 등이 업무협약을 통해 민관위원회 구성해 불상 귀환 운동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탄원서를 전달받은 청와대 행정관이 대통령이 이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면서 “일제강점기 약탈 문화재인 청와대 불상을 경주에 안치하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간절한 바람이자 역사적 소명이며, 대통령이 한 약속으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