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으로 며칠이 지나면 무술년 개띠해가 저물고 기해년 황금돼지띠가 시작된다. 그리고 격동 시대의 역사를 안고 살아야만 했던 58년 개띠가 서서히 우리나라 경제 무대에서 퇴장하고 있다. 어느 세대보다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던 파란만장한 세상사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다. 58개띠는 우리나라 인구가 2193만명 일 때 99만여 명이 태어났다. 당시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58달러로 에티오피아 다음으로 세계 최 빈민국의 나라였다. 58개띠 세대는 농경사회, 산업사회, 정보화 사회를 거쳐 아픔과 행복, 슬픔과 기쁨, 가난한 삶에서 최고의 풍요로운 삶을 살았던 21세기의 화석이다. 세계 최 빈민국으로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로 올챙이배를 가진 어린이가 즐비했고 유엔이 원조한 옥수수가루로 끓인 강냉이 죽을 학교에서 배급받아 연명했다. 한 학급에 70여명이 함께 공부했으며 대부분 또래는 속 팬티를 입지 못했고 먹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공부뿐이라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치열했던 입시지옥을 겪어야 했다. 먹여만 주고 가족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조건이 되면 어떤 곳이라도 취업하여 죽어라 고생했던 세대이다. 설상가상 죽어라 고생하여 만든 직장은 IMF로 인해 눈물로 물려주고 또 다른 고난의 인생을 살았다. 민주화를 위해 사흘 밤낮을 최루탄 속에서 데모를 하던 것이 다반사였고 흑백 반공교육을 받아 북한은 온통 빨간 줄만 알았던 세대였다. 그러나 58개띠 인생은 고난 속에서도 기쁨을 만끽한 세대였다. 경부고속도로의 개통과 컬러 TV로 본 88올림픽, 2002월드컵에서 피가 솟는 응원으로 4위, 이러한 신화를 만든 주인공이었다. 또 OECD국가, 세계 일곱 번째의 30∼50클럽 국가, 총 경제 규모로 세계 6위권 국가, 일제 강점기 이후 우리 민족의 한이 었던 일본을 꺾은 IT 산업, 마이카시대와 자유로운 세계여행으로 풍요로운 한국을 만든 주역으로 한국에 태어남을 자랑스러워했던 58개띠 세대이다. 58개띠는 경이적인 신화를 만들고 현직에서 퇴장하였으나 부모와 자식 뒷바라지에 후일을 챙기지 못해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지 못하고 60%가 더 낮은 위치에서 또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2018년 우리나라에서는 32만여명의 아이가 태어나 세계 최저 출산 국가가 되었다. 세상은 바뀌어 집단을 위한 개인의 희생은 옛이야기가 되었고 AI세상이 되었다. 정과 여유가 없는 0과 1, 흑과 백의 삶을 사는 시대가 되었다. 화석이 된 58개띠 세대가 다시 필요하지만 이제는 우리 땅에서 앞만 보고 달려 온, 세계 최고의 KS제품을 만들어 회사와 나라를 풍요롭게 해줄 58개띠는 없다. 변화는 이제 우리와 같은 공간에 있다. 경주시 인구는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현재 25만6997명에 불과하고 도시 공동화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인구증가를 목적으로 한 산업화 정책이 답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겪은 선진국 사례로 배울 수 있다. 인구 감소, 저성장, 삶의 질 퇴보는 이미 검증된 미래의 불편한 진실이다. 미래의 경주는 이를 인식해야 하고 선거공약에 의해 우리의 미래가 저당 잡혀서는 안 된다. 미래 경주의 색깔은 천년 고도로 검증되어 있다. 민족의 유산을 계승·보존하고 찾아낸 역사문화자원을 지키는 것이 AI시대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 미래 경주는 원자력도 아니고 산업화 시설도 아닐 것이다. 미래가 있는 경주는 문화유산, 힐링 자연유산, 조상이 남긴 천년을 이어온 훌륭한 정신자원이다. 안타깝게도 58개띠 세대가 겪었던 고통도 풍요로움도 다시 우리 곁으로 오지 않는다. 남겨두는 여유가 미래를 풍요롭게 하지는 못하겠지만 행복하게는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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