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압박과 박해에도 자기가 믿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 흔들림없이 목숨을 바치는 순교의 길은 얼마나 혹독할까요? 155년전 근대 천주교 성지가 경주에도 있습니다. 당시 순교자의 영혼과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성지는 바로 산내면 내일리 산 284번지 일대 ‘진목정 성지’인데요. 진목정은 참나무가 많았을 뿐 아니라 참나무 정자가 있어서 진목정(眞木亭)이라고 합니다. 이곳 천주교 대구대교구 진목정 성지는 그동안 신앙적·역사적 중요성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지역에 천주교 박해유적지가 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건천을 지나 산내면으로 진입한 후 언양 방향으로 가다보면 왼편에 ‘진목정 성지’ 표지판이 나옵니다. 이곳은 124위 시복시성 대상자이기도 한 허인백(야고보·1822~1868), 이양등(베드로·?~1868), 김종륜(루카·1819~1868) 세 순교자들이 병인박해를 피해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바위굴(일명 ‘범굴’)에 숨어 살았던 곳입니다. 또한 처형된 이들의 시신을 허인백의 아내 박조이가 옮겨 묻어 성지가 된 곳이기도 하답니다. 이들이 살았고 죽어서 묻힌 곳, 그곳이 진목정인 것입니다. 세 순교자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진목정은 생활 현장인 범굴, 시신을 묻었던 무덤, 오랜 사목의 현장이었던 진목 공소 등에서 순교자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박해를 피해 정착한 이곳에서 그들은 얼마나 처절하게 살았을까요. 목숨을 건 그들의 순일했던 사투가, 신앙을 지키기 위한 세 순교자들의 신념이 우리를 숙연하게 합니다. 이곳은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계기로 전대사(잠벌을 하느님 앞에서 전부 면제해주는 것)수여 순례지로 지정됐다고 합니다. 순교 155년 만에 이들의 순교정신이 빛을 보게 된 것이지요. 김호연 교수님의 작품 속, 1957년 지어진 옛 진목 공소는 작고 아담한 편이었으나 매우 정갈하게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성모상과 예수성심상이 제대를 지키고 있는 모습으로 당시의 모습들이 그대로 재현되는 듯했습니다. 번잡한 마음을 숙연케하는 맑은 기운에 압도당한다고 할까요?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천주교 신자들이 성지순례를 위해 이곳을 많이 방문한다고 합니다. 천주교 성지인 이곳을 산내본당에서 성지에 이르는 도보 순례길을 조성하는 등 유적지에 포함시키자는 제안도 있었다고 합니다. 지역의 산역사적 장소인 이곳을 여러 어려움들이 있겠지만 신자들이 와서 휴식도 하고 피정을 할 수 있는 방안도 생각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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