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황사 절마당 들어설 때마다 활짝 핀 연꽃 향내 환하게 번짐은 여왕님 애민정신(愛民精神) 서려있어 그 내음 맡는 현재를 살아가는 신라여인 반기는 걸음 때문이리. 품(品)자형 가람중심부에 안산암 빚은 벽돌로 동개 쌓은 모전석탑 뒷켠에 올곧고 강직하게 팔각으로 둘러친 석정(石井), 신라사람들의 생명수 혼이 베인 듬직한 팔각석조우물이 반긴다. 맑고 청정한 바위덩이 팔각으로 정성을 드리고 속을 파내 절마당 들앉힌 샘물, 전기는커녕 옳은 연장도 구비하지 못할 당시 어떻게 저런 튼튼한 바위를 골라와 돌속에 들앉은 팔정도경전(八正道經典) 한 권 우물둘레로 펼쳤을까! 불심(佛心)을 나투한 여덟 개의 바른 길 팔정도는 고통의 원인을 없애고 열반에 이르는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고 난 뒤 결심한 다짐이다. 1.정견(正見) 올바른 사고와 견해, 2. 정사유(正思惟) 올바른 생각을 하여 번뇌와 화내는 일 없게 하는 것, 3. 정어(正語) 거짓말 폭언 등을 하지 않고 오직 올바른 말을 바르게 행하는 것, 4. 정업(正業) 살생 도적질을 하지 않고 항상 인간으로서 바른 행실을 하는 것, 5. 정명(正命) 자신의 분수와 도리에 맞게 의식주를 행하고 항상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여 생활하는 것, 6. 정정진(正精進) 착한 행동을 실천하기 위한 올바른 노력을 뜻하며 바르게 정진하기, 7. 정념(正念) 밖으로 향해 있는 나쁜 생각이나 사념들을 안으로 끌어 모아 한 곳에 집중시켜 항상 깨어있기, 8. 정정(正定) 삼매(집중)하기 고집멸도(苦集滅道) 실천하여 오직 정신을 하나로 모아 통일 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 여덟 가지의 덕목은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져야 할 올바른 자세이다.-「잡아함경」과「상응부경전」- 중에서 선덕여왕 분내 풍기는 분황사 절마당 생명수 샘솟는 우물곁에 울어머니 신심(信心)도 느껴진다. 새벽우물 길러 정안수 한사발 장독대 떠놓고 지극정성 ‘남의 눈에 꽃이 되라 잎이 되라’ 빌고 빌던 모성(母性). 사월초파일이면 차려입은 한복 버선발에 흰코고무신 차림새로 분황사. 보리사, 불국사 3곳을 순례하며 자식 위해 간곡한 절을 하도 해서 발이 통통 부어 집으로 오면 벗겨지지 않는 버선을 어린오남매 살갑게 매달려 어영차 벗기곤 했던 기억, 차암 아름답던 생(生)의 시절이다.【삼국유사】삼룡변어정(三龍變魚井)설화를 넘기면, 신라 원성왕(元聖王) 11년(795) 당나라 사신이 서울에 와서 한달간 머물다가 돌아가면서 하서국(河西國) 사람과 더블어 분황사우물과 동지(東池) 청지(靑池)에 사는 나라를 지키는 호국용 세 마리를 술법을 써 작은물고기로 바꾸어 대나무통에 넣어 가버렸다. 이튿날 용의 아내들이 임금님께 남편들을 찾아 달라 아뢰자 왕이 직접 하양관(河陽館, 지금의 경산)까지 말을 달려 잔치를 베풀며 크게 꾸짖어 찾은 용들을 살던 우물에 놓아주었더니, 우물속에서 제각기 한길이나 뛰면서 기뻐하였고 당나라 사신들은 원성왕의 명철함에 감복하였다는 고서(古書) 이야기다. 닳은 천년이 내미는 반질반질 손맛 매끄러운 신라적 팔각석정, 참으로 긴 시간 끄떡없이 설화를 껴입은 물줄기로 즈믄세월 샘솟고 있다. 일일이 사람손으로 정(丁)을 치고 다듬은 솜씨, 덩치 우람한 바위를 옮겨와 돌속에 들앉은 우물을 꺼내고, 땅속을 더듬어 생명수 맑은 숨은 물길을 찾아 하늘 맞닿게 했을까! 손아귀 힘 불끈 돌까뀌 거머쥐고 팔각으로 큼직하게 둘러친 돌 맵시엔 아직도 옛사람들의 흔적 생생하다. 돌 캐는 솜씨 쟁쟁하게 샘솟는 물길을 잡아 마음과 마음을 비추듯 하늘 땅 맞닿은 우물속을 두레박으로 풍덩 열어 물빛하늘 한 바가지 건져 들이키면, 예나 지금이나 버거운 삶의 숨구멍이 확 뚫리고 답답한 속내가 시원스레 풀려, 가는 길 큰 탈 없이 가리라 생각 든다. 지금은 덮개로 감춰놓은 우물물, 겉은 팔각으로 오려내고 속은 둥글게 도려낸 투박함과 소박함에 얼비친 분황사우물, 돌매무새 쓰다듬는 손맛이 감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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