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매체에서 다양한 글을 통해 독자들의 유쾌한 공감을 자아내고 있는 전인식 시인이 등단 20년 만에 첫 시집 ‘검은 해를 보았네’를 출간했다. 시집은 출간 보름 만에 2쇄를 찍을 정도로 독자들의 공감과 호응을 얻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30대 시절의 모습을 52편의 시로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학창시절 문학 소년이었던 시인, 한국문학과 세계문학 관련 책들을 다양하게 섭렵하며 한때는 소설가의 꿈을 꾸기도 했지만 현실은 금융업계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사회초년을 보냈던 시인은 부모님의 빈자리, 직장생활의 막연한 불안감 등을 달래기 위해 택했던 것이 바로 시였다. 주말이면 홀로 차를 몰고 전국을 다니며 사색을 즐겼던 시인, 그가 유유자적 찾아간 곳곳에선 늘 새로운 시상이 전개됐다고.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착잡한 마음을 절집을 기웃 거리며 달랬던 그 시절 그 모습이 시에 많이 반영됐다는 시인은 당시 썼던 시를 하나하나 되뇌며 애늙이처럼 지냈던 과거에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경주 출생인 시인은 신라문학대상(1995)을 시작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 연이어 선사문학상(1996), 통일문학상(1997), 대구일보(1997), 불교문예 신인상(1998) 등을 받으며 시인으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중앙 일간지 신춘문예에서 연이은 최종심 3회의 낙선과 IMF를 겪으면서 불안정한 직장분위기 속에서 잠시 펜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20년이 됐다고. 몇 년 전 시인은 살아온 길을 돌이켜 보면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다 우연히 젊었을 적 끄적였던 시들을 발견하게 됐고, 끓어오르는 감성의 욕구로 다시 펜을 잡게 됐다. 오랜 공백 기간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연륜과 함께 그의 글솜씨는 더욱 농익어 있었다. 발표하는 글마다 이슈가 되고, 더불어 그의 20년 전 시들도 다시금 화제가 되면서 여러 출판사에서 시집을 내자고 연락이 왔다. 불교문예 신인상의 인연이 있었던 만큼 첫 시집을 불교문예출판부에서 출간하게 됨을 영예롭게 생각한다는 시인. 이번 시집에서 불교적인 요소가 주를 이루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인 손진은 경주대 교수는 이번 시집에 대해 “전인식 시인은 전통적인 시법을 고수하며 오늘의 삶과 과거의 삶의 유기적인 연관성을 추구하는 시인”이라면서 “꾀나 술수를 행하지 않는 그의 시에서 지적이고 선명한 정신적 태도가 엿보이며, 우리 삶의 근원을 파헤치는 역사적 상상력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시인에게는 아직 20년 전 묵혀 놓은 미발표 시들이 많이 남아있다. 유년 시절의 그리움이 담긴 서정성 짙은 시와 최근 발표한 유쾌한 시도 곧이어 각각의 시집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시를 통해 독자가 소통하려면 시가 추구하는 방향은 쉽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시인. 그는 앞으로도 손끝으로 쓰는 시가 아닌 마음으로 독자와 소통하는 시를 쓰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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