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의 불빛은 길을 잃어 방황하는 인생사에서는 구원과 희망의 빛으로 비유돼 왔습니다. 우리 지역 감포 송대말에 있는 두 등대도 그렇게 우리곁에서 말없는 지표로 존재해 왔습니다. 감포읍 오류리 송대말(松臺末)에는 두 개의 하얀색 등대가 나란히 서 있는데요. 송대말(松臺末) 등대는 해양수산부 포항지방해양항만청 송대말항로표지관리소가 정식 명칭입니다. 해풍에 단련된 수령 200~300년의 오래된 고송들과 기암괴석의 절리와 절묘하게 어우러진 송대말 등대는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곳 송대말은 감포항 일출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55년 지어져 반세기가 넘도록 푸른 동해 바다를 지키며 어두운 밤바다를 안전하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불빛을 환히 밝혔던 구 송대말 등대는 오랜 책무를 뒤로하고 그저 묵묵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임무를 이어받아 2001년부터는 감은사지 3층 석탑을 형상화한 새로운 등대가 역할을 하고 있지요. 이번호 김호연 화백의 작품 속 등대는 구 등대입니다. 1955년 이전, 감포항 인근 해역에는 암초들이 길게 뻗어 있어 작은 선박들의 해난사고가 빈번했다고 합니다. 암초들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일제강점기였던 1933년 2월 감포어업협동조합에서 등간(燈竿, 끝에 등불을 단 기둥으로 방파제 따위의 튀어나온 부분에 야간 항행의 안전을 위한 표지)을 설치했던 것이 이 등대가 가진 또 다른 이력입니다. 선박의 길잡이 역할을 해 온 이 등대는 해안을 따라 걷는 감포깍지길 1구간 명소중 하나로 문무대왕릉, 감은사지, 이견대 등과 함께 빼어난 경관으로 부쩍 부각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지정, 사진 찍기 좋은 녹색명소로도 선정될 만큼 뛰어난 풍광 속 송대말등대는 1955년 무인등대로 최초 점등했고 2001년 12월에 유인등대로 변경돼 지난해 11월까지는 지역의 유인등대로는 유일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부터는 정보통신 기술발전 등으로 해양수산부의 무인화 계획에 따라 다시 무인 등대로 전환돼 운영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의 등대 무인화 계획과 연계해 새로운 해양문화공간으로 변모할 예정이라고도 합니다. 이제 무인화된 등대의 부속건물과 숙소, 부지 등 유휴시설 등은 이곳을 찾는 이들이 즐기고 쉴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한다고 합니다. 경주시는 등대 주변의 훼손된 환경을 정비하고 등대와 부속건물을 감포항 근대사를 재조명하는 역사관 등 전시공간과 편의시설을 갖춘 공간으로 리모델링한다고 밝혔는데요, 이 등대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존하고 드러낼 수 있는 ‘정직한’ 정비가 이뤄지길 바래봅니다.그림=김호연 화백글=선애경 문화전문기자